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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yle] ‘포르셰 유전자’ 911을 몰아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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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63년 데뷔 후 모델이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일관된 외형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는 911 시리즈. ['스투트가르트 스포츠카' 제공]

포르셰 911은 스포츠카의 ‘아이콘’이다. 탁월한 성능은 일본·유럽의 많은 업체들로 하여금 이 차를 벤치마킹하게 한다. 최고속도나 가속력에서 911을 앞서는 수퍼카는 많다. 하지만 페라리·람보르기니·부가티 등 대표적 수퍼카 브랜드의 전 모델 판매량을 합쳐도 911에 못 미친다. 가격 대비 성능과 내구성 등을 고려한 ‘상품성’이 월등한 것이다. 911의 진면목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7일 중부고속도로에서 2009년형 911 카레라를 시승했다.

◆명품이 된 디자인=포르셰 수입사인 ‘스투트가르트 스포츠카’가 성남에 새로 연 본사에서 만난 911의 디자인은 여전히 고풍스럽다. 1963년 첫 등장 이래 다섯 번이나 풀 모델 체인지를 했지만 외형 디자인은 큰 변화가 없다. 차 이름을 알기 위해 가까이 다가갈 필요가 없는 차, 그것이 911이다.

이 차 디자인의 원형은 폴크스바겐 비틀의 스포츠카 버전이다. 비틀처럼 뒷바퀴 위에 엔진을 얹은 형태(RR 방식)에 운동 성능을 높이기 위해 길이를 늘리고 유선형으로 다듬다 보니 이런 디자인이 됐다. 포르셰 브랜드에도 914 이후 924,944 등 쐐기형 디자인의 차들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911의 압도적인 이미지를 이기지 못했다.

결국 포르셰는 911 외에 엔트리 모델인 박스터·케이맨, SUV 카이엔은 물론 내년에 선보일 4도어 스포츠 세단 파나메라까지 모두 비슷한 패밀리 룩을 갖게 됐다. 루이뷔통의 모노그램 캔버스처럼, 911의 외형 디자인은 그 자체가 명품이 된 것이다.

신형 PDK 변속기가 장착된 911 카레라의 내부.

◆진화하는 포르셰 유전자=그렇다고 911의 내부도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시대에 맞게 최신 엔진과 변속기, 안전 기술이 보태졌다. 이 회사는 전통을 이어가는 고집스러운 외형과 성능·안전 기술에 대한 집착을 ‘포르셰 유전자(DNA)’라고 내세운다.

2009년형 모델에 새로 도입된 기술은 휘발유 직분사 엔진과 PDK라는 이름의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다. 수동과 자동의 장점을 합친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최근 주요 업체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방식으로 빠른 변속과 높은 효율이 장점이다.

덕분에 신형 911은 직전 모델보다 출력과 최고속도 모두 향상됐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은 이전 모델의 5.5초(수동)에서 4.5초(PDK 스포츠 모드)로 최대 1초나 빨라졌다. 그런데도 연비는 8.6㎞/L로 중형 세단급이다.

하지만 고성능 유전자는 양보하지 않았다. PDK를 단 모델에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있다. 버튼을 누르면 얌전하던 고연비 차량이 ‘괴물’로 변한다. 카랑카랑한 배기음은 한층 커지고, 액셀을 살짝만 밟아도 차는 안달이 난 듯 움찔거린다. 길이 열려 액셀을 밟으면 탁월한 가속력을 보이며 튀어나가 이내 시속 200㎞를 훌쩍 넘는다. 그 속도에서도 접지력과 조종 안정성이 돋보이는 것은 물론이다.

◆명품 스포츠카의 조건=스포츠카로서 ‘명품’ 대접을 받으려면 고성능 외에 뭔가가 더 있어야 한다. 시선을 끄는 외관 디자인이나 소리·승차감 등의 감성 품질,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맞춤형 생산 방식 등이다. 유니크한 외형 디자인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911도 독특한 음색을 자랑한다. 으르렁거리는 낮은 톤의 배기음은 마치 잘 훈련된 맹견 같다. 액셀을 밟아 명령만 내리면 굵고 거친 소리로 화답하며 내달린다.

고객들의 개성을 살려주는 것도 명품의 조건이다. 다른 럭셔리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포르셰 역시 내·외장과 각종 액세서리를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실제 국내에서 911을 사는 고객의 절반 이상은 재고가 있는 표준 모델을 마다하고 몇 달씩 기다려 자신만의 주문차를 택한다는 게 포르셰 측의 설명이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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