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부모님과 함께 떠난 휴가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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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자! 떠나자.동해바다로….」이번 여름휴가는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다.이유인즉 부모님을 모시고 갔기 때문이다.2박3일동안속초에서의 생활,부모님은 농촌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시는데 어찌 자식들만 피서를 갈 수 있는가.그래서 이번 에 가족회의 결과 부모님.언니내외.조카.나 이렇게 여섯이 간 것이다.여기저기 아름다운 산하를 볼 겸 국도를 택해 소형차는 달리고 있다.
강원도 산길을 굽이굽이 돌 때 아버지께서는 군대시절을 이곳에서보내셨다며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고 밑은 낭떠러지라 현기증까지 났다.그때 부모님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맴돌아 자식된 도리가 이런 것에 있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돌아가신후 땅을 치고 통곡하며 울어봤자 무슨 소용인가.살아계실 때 마음적으로 위로해드리고 걱정을 안하게 해드 리는 것이 효의 근본이 아니던가.
초행길이라 조금은 헤맸다.인제.원통길은 산사태로 끊겼다고 해돌아갈 수밖에.그래도 기쁨이 앞서는 것은 여행이란 늘 들뜨고 기분좋은 것이기 때문이리라.6시간쯤 달려 도착한 곳은 속초의 한 콘도.부모님은 신기한지 내심 둘러보기만 하셨 다.밥도 짓고,바닷가에 가 해수욕도 하고,속초의 명물 오징어회도 먹고,더불어 애틀랜타 올림픽도 우리 휴가를 반겨주는지 금메달 소식이 있고….휴가 첫날밤엔 바람소리가 너무 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홀연히 바닷가에 가고 싶은 충동을 억 제해야만 했다.몇해 전에도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에 다녀온 적이 있다.그때 얼마나 기뻐하시던지.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부모님을 더 기쁘게 해드리는것은 과년한 내가 시집가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일게다.자식들이 결혼한후 온 가족이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는 것이다. 『어머니,아버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머지않아 결혼할테니 그때까지만….지금도 행복의 울타리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까요.자식들을 위해 과거에 고생한 것들을 이젠 하나,둘씩 보상해드릴게요.』 내년 휴가때는 해외여행을 꼭 보내드리고 싶다.대비책으로 형제계를 들었다.
일제시대의 산 증인들이시라 일본에 가보고 싶어 하신다.그날이오는 날 우리 형제들은 어깨동무를 하며 크게 웃을 수 있으리라.작은 행복의 미소를….
신현미 서울성북구석관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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