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5.18 결심공판-노태우피고인 최후 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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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 국정의 책임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서게 된 참담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고 국민여러분께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역사와 국민에게 무한한 책임을 져야 하는 전직대통령으로서 개인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하지만 이 법정은 개인의 잘잘못을 초월해 한 시대의 역사를 사법적으로 심판하는 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역사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으로 다시 쓸 수도,지울 수도 없습니다.
역사는 평가의 대상은 될지언정 심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역사는 또 명과 암이 함께 합니다.그 당시 상황을 떠나 오늘의 판단으로 어제를 재단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이 시해된 당시 그 어려웠던상황을 돌아보면 당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국민에 의해 정치적 심판이 끝난 일을 다시 심판하는 지금 재판도 역사의 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모든 책임은 국정의 책임을 맡은 전직대통령에게만 묻고 다른 사람에게는 묻지 말기를 바랍니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정치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지 못한 점,많은 작업을 명예스럽게 끝내지 못한 점이 후회스럽습니다.
지난 10개월전부터 지금까지 뇌물이나 개인축재로 생각한 적은한번도 없습니다.이 세상을 하직하는 날까지 공인으로 생각하고 이 돈을 개인적으로 쓸 생각은 없었습니다.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점이 역사의 문제로 남기 때문입니다.
저를 지지.성원해주신 많은 분들,재임중 알뜰하게 도와준 공직자들에게 진심으로 송구스럽습니다.
오늘 이 재판이 밝은 내일의 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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