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채시라.김혜수 MBC드라마 '지킴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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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방송 연기자들의 이합집산이 어느때보다 심하다.「전속」이란 말이 없어진지 오래이고 돈따라 이곳 저곳을 떠도는게 상식이 돼버렸다.늘 「프로」임을 자임하는 연기자들의 당연한 생리를 탓할 수는 없다.오히려 시청자 입장에서는 한 배우의 다양한 맛과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의리와 신뢰를 앞세워 처신이 신중한 정상급 여배우들이 있어 신선함을 준다.「돈」을 추구하지만 의리를 보다 앞선 가치로 삼는 연기자들.김희애.채시라.김혜수등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세 톱스타는 일찍부터 MBC 탤런트로 고정되다시피 한 「MBC 배우」다.시청자들에게 이런 이미지가 부각된 것은 이들이 90년을 전후한 MBC의 「드라마왕국」을 일군 역군들이기 때문.
최근 들어 KBS 드라마의 기세가 치솟고 있는 시점에서도 이들은 「외풍」을 타지 않고 MBC 잔류를 고집하고 있다.의리를지키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방영된 『연애의 기초』를 끝으로 장기휴식중인 김희애는 『다른 방송국으로부터 섭외가 꾸준히 있긴 하지만 이왕이면MBC』라며 키워준 곳에 대한 의리를 강조했다.
채시라의 고집은 강도가 더하다.데뷔 초창기와 도중에 몇편씩 「외출」을 한 김희애나 김혜수와 달리 단 한번도 MBC를 떠난적이 없는 채시라는 다시 『위험한 사랑』 『미망』에 연거푸 출연을 결정,침체된 MBC 드라마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일요 아침 인기드라마 『짝』의 일등공신인 김혜수는 얼마전 SBS의 강력한 전속제의를 뿌리친 경험이 있다.개런티문제가 결렬사유였지만 본질적으로는 방송사를 옮기면서 오는 이미지의 변화를감내할 자신이 없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스타 의 경우 한 방송사에서 쌓아온 신뢰의 바탕이 얼마나 견고한 지를 보여주는 예다.KBS에서 연기생활을 시작한 김혜수는 92년 MBC 『한지붕 세가족』에서 신세대 주부상을 제시,폭발적 인기를 끌며 스타의 위치를 굳혔다.
이들에게도 물론 고민거리가 없진 않다.「MBC 배우」란 이미지가 고착되다 보니 방송사를 옮기는데 따른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의리파 3총사」의 이런 신중함으로 인해MBC 또한 그들의 성격에 맞으면서 스타의 가치 를 부각시켜줄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줘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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