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애국심 퇴조 걱정하는 독일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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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독일에선 최근 애국심 퇴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디 벨트등 독일의 유력지들은 사설등을 통해 연일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있다.
애국심 퇴조가 사회이슈화된 것은 최근 독일 기자들이 이스라엘에서 송고한 기사및 기자회견 때문이다.
독일은 그동안 이슬람 과격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포로및 유해교환을 중재해 왔다.
그결과 지난달 21일에는 레바논에서 2구의 이스라엘 시신을 독일 공군기에 싣고 이스라엘에 건네주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러나 공군기에 동승,이 과정을 취재했던 독일 기자들은 한결같이 「독일 공군기의 이스라엘 도착」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수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었다.
2차대전중 수백만명의 유대인이 나치 독일에 학살당했는데 독일군 철십자 문장을 단 군용기가 이스라엘에 내린게 어색하다는 주장이었다.
이스라엘 관리들이 그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유해교환을 중재한 독일에 감사한다는 발언으로 일관하자 독일 기자들은 한걸음 더 나가 『당신들은 그럴지 몰라도 이스라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몰아붙였다.
이런 사실에 접한 독일내의 신문사 발행인.정치인등 지도층 인사들은 『기자들이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애국심이 없어 나온 결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의회도 젊은이들이 국기나 국가(國歌)등 국가 상징물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으라고 정부를 다그쳤다.
독일에선 사실 국경일이라 하더라도 자기집 정원에 국기를 게양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기 무늬의 옷을 입고 다니면 즉각 극우 민족주의자로 매도된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된 기본적인 원인이 히틀러 탓이라고 진단한다.게다가 전후 독일은 경제부흥에 성공,새로운 국가적 자부심이 싹텄지만 68년 학생운동세대는 이를 부정했다.
또 동.서독 통일 이후엔 통일 후유증과 불안정으로 국가적 일체감이 오히려 손상됐다.
독일 사회의 애국심 퇴조걱정을 지켜보면서 역사를 바로 세우는작업 못지않게 올바른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됐다.
한경환 베를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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