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으로 연출하는 ‘열정과 냉정 사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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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 12면

사람들이 옷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염두에 두는 것은 컬러다. 말하자면 우리는 매일 아침 ‘컬러를 입는’ 셈이다. 따라서 내게 잘 맞는 컬러를 선택하는 일은 ‘스타일 있는 옷 입기’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생각해 보면 너무 익숙해서 흔하게 여기는 흰색과 검정도 머리색이나 피부색에 따라 어울리는 사람이 따로 있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무턱대고 조르는 분홍색도 입는 사람의 나이에 따라 아름다워 보이기도, 유치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보라색은 어떤 경우에 어울릴까?

생명력 있는 열정적인 빨강과 냉정하고 이성적인 파랑을 섞으면 보라색(purple·퍼플)이 탄생한다. ‘보라 계열’이라고 표현되는 다양한 컬러 팔레트를 설명할 때 가장 좋은 예는 바로 노을이 질 무렵의 하늘빛이다. 붉게 타오르던 태양이 서서히 밤의 어둠 속으로 물들어 가기까지의 색상 변화를 상상해 보면 보랏빛으로 정의되는 컬러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낮과 밤의 경계에 있는 색. 그래서 예부터 심리학자들은 보라색을 정의하면서 “자극의 몫과 억제의 몫을 동시에 대변하는 ‘두 얼굴을 가진 혼합색’이다”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1980년대 이후 남성미와 여성미의 경계를 오가는 중성적인 컬러로 진보적인 젊은이들과 파격적인 예술가들 사이에서 보라색이 즐겨 사용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어떤 이들은 반대로 극단적인 빨강과 파랑이 적절히 혼합되어 비로소 균형감을 갖게 되는 ‘중재의 색’이라는 말로 보라색을 설명한다. 가슴은 따뜻하고 머리는 차가운, 한마디로 지적인 컬러라는 얘기다. 결국 이 두 가지 견해를 쉽게 풀이하면 보라색은 ‘신비하고 지혜로운 색’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선뜻 쉽게 친해질 수는 없지만 잘 이용하기만 하면 다양한 뉘앙스를 동시에 갖춘 매력적인 스타일 연출이 가능한 게 바로 보라색이다. 단, 태생이 복잡다단한 컬러이니만큼 ‘과유불급’의 원칙을 잊지 말아야 개성 있는 스타일에 성공할 수 있다. 아무리 올 가을·겨울 유행 색상이라 해도 어느 한 부분에만 적용되는 포인트 컬러로 사용하기를 권한다.

보라+분홍/연보라 = 귀엽고 달콤한
밝고 부드러운 분홍색을 보라색과 함께 매치하면 귀엽고 달콤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또는 같은 계열이되 농도가 서로 다른 연보라 색상을 조합하면 빨강보다 더 화려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

보라+노랑/주황/흰색 = 도시적이고 활동적인
색감이 강하고 화사한 노랑과 주황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쾌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무게감 있는 짙은 보라색을 매치하면 역동적인 이미지의 도시 룩이 완성된다. 보라색과 흰색의 조합은 자연스럽고 무난하면서도 역시 활동적인 느낌을 선사하는 장점을 가졌다.

보라+남색/회색 = 지적이고 우아한
보라색은 기본적으로 냉정한 파란색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 도시적이고 지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여기에 짙은 남색 또는 밝은 회색을 매치하면 성숙한 여성미가 물씬 풍기는 우아한 분위기를 강조할 수 있다.

보라+겨자색/초록 = 성숙하고 고상한
전체적으로 채도가 낮은 이 조합은 젊은 아가씨들이 쉽게 소화하기 어려울 듯. 대신 차분하고 고상한 느낌의 성숙한 가을 여자를 표현하고 싶은 여성이라면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1 팬츠에는 남성스러운 타이 매듭으로, 스커트에는 여성스러운 리본으로 컬러를 연출할 수 있는 블라우스. 바나나 리퍼블릭, 17만9000원. 02-3477-3600

2 농도가 다른 두 가지 보라 컬러가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프린트된 머플러.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가격 미정. 02-3442-7114

3 검정 수트 바지에 매치하면 개성 있는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운동화. 컨버스, 3만 9000원. 02-546-7764

4 사랑스러운 올리브의 다양한 표정과 빨강 꽃잎 프린트가 경쾌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는 스카프. 모스키노, 10만원대. 02-515-4266

5 접어서 손으로 쥐면 그립 백, 펴면 직사각형 모양의 넉넉한 토트백으로 활용이 가능한 가방. 골드와 보라색의 매치가 경쾌하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인다. MCM, 가격 미정. 02-540-1404

6 골드와 반짝이는 보라색의 어울림이 산뜻한 열쇠고리. 헤지스, 7만3000원. 02-3441-8477

7 제대로 된 피케 셔츠 하나면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라코스테, 9만8000원. 02-3789-4669

8 한 폭의 유화를 연상시키는 프린트가 특징인 스커트. 모그, 가격 미정.
02-310-1834

9 어깨에 투명한 비즈가 장식된 부드러운 니트 스웨터. 산드로, 47만8000원. 02-6905-3960

10 보라색과 회색의 매치가 도시적인 세련된 분위기를 선사한다. 플리츠 플리즈, 78만원. 02-514-4454

11 올해 유행 코드 중 하나인 보헤미안 스타일에 딱 어울릴 만한 가방. 에트로, 200만원대. 02-3438-6040

12 채도가 다른 두 가지 보라색을 메탈과 가죽이라는 각각의 소재에 사용해서 닮은 듯 다른 느낌을 주는 벨트. 겐조, 가격 미정. 02-3218-5932

13, 14 자수정처럼 드라마틱한 보랏빛을 뽐내는 목걸이와 반지. 실제 소재는 유리다. 버버리 프로섬, 목걸이 200만원대 / 반지 가격 미정. 02-3485-6583

15 핑크가 많이 섞인 이 보라색의 롱부츠에는 종아리 바깥 선을 따라 가죽 레이스 장식이 붙어 있다. 빈치스 벤치, 39만5000원. 02-772-3230

16 부드러운 스웨이드 소재에 검정 술 장식을 매치한 우아한 라인의 하이힐. 더블엠, 17만3000원. 02-772-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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