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인테리어작업>펜스터 차정희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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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아파트도 천(千)의 얼굴을 가질수 있다」.
펜스터(02-547-1368)차정희(車貞姬)대표가 작업에 임하는 신조의 하나다.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공간도 아이디어를 짜내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달라질수 있다는 것.아울러 기능성 제고도 빠뜨릴수 없는 목표.
10년 정도 된 이민정(李玟貞.43.서울강남구개포동)씨의 38평형 아파트 개조 작업에는 이러한 사항들이 유감없이 발휘됐다.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현란하지 않은,말하자면 가정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편안함을 만끽할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맞춰졌다.겉보기의 화려함은 단순한 치장일 뿐 사람이 사는 집이추구할 바는 아니라는 소신도 반영됐다.
아파트에 대한 車씨의 첫 느낌은 구획정리를 해야할 곳은 썰렁하게 뚫려있는 반면 정작 공간이 필요한 부분은 막혀있다는 것.
주방은 창고와 다용도실로 채워져 있는데다 거실과 주방은 뻥 뚫려있어 다소 삭막한 감마저 들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창고부분을 없앴다.기둥을 주축으로 지은 아파트여서 벽돌로 된 창고 벽을 없애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이에따라 제대로 된 주방이 생겨났다.드러난 기둥에는 가느다란 미송 막대기를 줄 줄이 붙여 아름답게 꾸몄다.나아가 식탁과는 별도로 기둥에 연결시켜 간이 바(Bar)를 설치했다.
간이 바 위쪽에는 작은 선반을 2단으로 설치,소소한 컵이나 그릇을 넣도록 해 작으나마 수납공간도 넓혔다.기둥의 또다른 벽면에는 간단한 세면대도 마련했다.집주인 李씨는 식탁보다 오히려이곳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거실과 주방 사이에는 가벽(假壁)을 만들어 공간구분을 확실히했다.벽은 천장보다 낮게함으로써 막힌 느낌을 줄였고 양쪽을 다르게 설계,싫증나지 않도록 했다.특히 거실에서 볼때 오른쪽 벽에는 콘솔을 만듦으로써 독특한 개성을 강조했다.
거실의 조명 또한 상당히 신경쓴 부분.흔히 볼수 있는 우물 정(井)자 형태를 파지않고 자그마한 세모와 네모 형상을 여러개만든후 천장에 달라붙는 조명을 설치했다.
거실 바닥은 원목 마루판을 깔고 벽지는 나뭇결이 나는 엷은 상아색 실크벽지를 선택,자연스러움이 물씬 풍기도록 배려했다.
이밖에 특징적인 요소는 베란다를 확장하지 않았다는 것.베란다는 베란다 나름의 역할이 있다는 주장이다.거실의 연장으로 편입시켜봐야 제대로 맛이 나지 않을 뿐더러 난방등에 나쁜 영향만 초래된다는 설명이다.이른바 「그린 룸」으로 남겨 화초를 갖다놓는게 전반적인 분위기에 훨씬 어울린다고 강조한다.
李씨는 『우선 집이 오래 됐고 막연히 공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에서 작업을 부탁했다』면서 『구체적으로 개념이 떠오르는 것도 없고 해서 거의 일임하다시피 했는데 고전적인 분위기와편리함을 동시에 얻게 돼 무척 신이 난다』고 즐 거워한다.
작업을 하는데는 한달이 걸렸으며 평당 가격은 1백20만원이 들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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