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화제>클린턴 부부 다룬책 미국서 잇따라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우리는 지금 능력이 뒤떨어지는 인물이 대통령 재선운동에 돌입하기 전에 그 인품을 샅샅이 재점검하고 있는 중이다.』 빌라드 북스라는 미국 출판사의 데이비드 로젠설사장이 최근 빌 클린턴 대통령부부관련 도서의 붐에 대해 내놓은 이 분석은 정말 저런 면에서 미국의 힘이 유지되는구나 하는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로젠설의 표현대로 미국 출판계에서는 지 금 클린턴대통령의재평가작업이 한창이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런지는 모르지만 대부분의 책들이클린턴부부에 대해 아주 비판적이다.클린턴이 밤을 틈타 경호원을따돌리고 여자와 밀회를 즐긴다거나 힐러리가 심령술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폭로등이 대표적인 예다.지난주에는 골수 민주당원으로 동성애 권익옹호자인 데이비드 믹스너까지 클린턴과의 우정과 배신을 그린 『이방인 친구』라는 책을 내놓았다.다음달에는 반클린턴 진영의 대변지로 통하는 아메리칸 스펙테이터지의 편집국장인에머트 타이럴 주니어가 『소년 클린턴』을 펴낼 예정이다.타이럴은 클린턴을 곤혹스럽게 만들 내용이 가득 담길 것이라고 귀띔하고 있다.또 이 잡지의 데이비드 브록 기자까지 오는 9월 힐러리 클린턴의 그동안 행적을 분석한 『힐러리 클린턴의 유혹』을 펴낼 예정이어서 당 분간 클린턴부부의 심기는 편할 수 없게 됐다.이 기자는 토머스 클래런스 연방대법원 판사의 임명청문회를 앞두고 성희롱 문제를 제기해 화제를 뿌렸던 애니타 힐교수를 오히려 비난하는 책을 써 베스트셀러 저술가로 굳힌 인물이다.
이미 발표된 책들도 보브 우드워드의 『선택』,제임스 스튜어트의 『피를 보는 스포츠』,로저 모리스의 『권좌의 파트너』,게리앨드리치의 『무제한의 접근』,엘리자베스 드루의 『최후의 대결』,제프리 번봄의 『정신병동』,익명으로 발표된 『 3원색』,리처드 닉슨의 보좌관을 지냈던 모니카 크로울리의 『닉슨 언플러그드』등 수두룩하다.우드워드등 많은 저자들이 클린턴대통령 부부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기자들이어서 어느 정도 신빙성을 인정받는다. 이들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은 우드워드의 『선택』.한 서평자로부터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꼭 읽어야할 필독서라는 칭송까지 들은 이 책은 발간 1개월만에 60만부나 팔렸다.이 책에서 클린턴은 사고와 논쟁이 우유부단한 인물로 그려지는 반면 봅 도울은 솔직담백한 성격의 소유자로 묘사된다.힐러리가 정기적으로 진 휴스턴이라는 여성 심령술사의 조언을 받는다는 보도의 출처도 바로 이 책이었다.클린턴의 92년대통령 선거전을 소재로 한 소설 『피 를 보는 스포츠』와 『3원색』도 50만,1백10만부씩 팔렸다.특히 익명으로 발표된 『3원색』의 경우 정계의 움직임과 생리에 너무도 훤해 진짜 저자가 누구인가를 놓고 화제가 되기도 했던 작품이다.지난 2월부터끈질기게 추적한 워싱턴포 스트지의 한 기자가 이 원고를 수정한필적을 바탕으로 얼굴없는 저자가 바로 뉴스위크지의 명칼럼니스트인 조 클라인임을 밝혀내는 특종을 건졌다.『권좌의 파트너』에도클린턴의 전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 여러군데 눈에 띈다.
클린턴이 옥스퍼드대 재학시절 미국중앙정보부(CIA)의 앞잡이노릇을 했으며 그 사실을 뒷받침할만한 기록은 모두 파괴됐다는 이야기는 매우 충격적이다.
정명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