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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e Earth Save Us] 거실 오염 측정해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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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6월 초 신혼살림을 차린 안미나(30·여·서울 대치동)씨는 퇴근 후 집에 들어설 때마다 눈이 따가워지는 것을 느낀다. 낮 동안 문을 꼭꼭 닫아놓아 오염물질이 빠져 나가지 못한 탓이다. 2002년 완공된 아파트인 데다 새로 도배한 것도 아니어서 ‘새집증후군’일 가능성은 없지만 50㎡ 남짓한 공간에 새로 들여놓은 침대·화장대·소파·책장 등이 문제였다.

안씨는 “요즘도 눈이 따갑고 머리가 아파 저녁마다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한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팀과 안씨는 환기 상태에 따라 실내오염물질 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측정해 보기로 했다. 환경부 인증 실내공기질 측정대행기관인 S사에 의뢰했다.

모든 창문을 닫고 24시간 동안 환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3일 오전 9시 측정을 했다. 발암물질이자 아토피 피부염과 천식을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 농도가 ㎥당 467.1㎍(1㎍은 100만분의 1g)이 나왔다. 신축아파트 기준치 210㎍의 두 배 이상이었다.

반면 1차 측정 후 2시간마다 30분씩 환기한 다음 오후 4시에 두 번째로 측정했더니 포름알데히드 농도는 136.2㎍으로 줄었다. 94.9㎍이던 톨루엔(기준치 1000㎍)도 환기 후에는 54.5㎍으로, 자이렌(기준치 700㎍)은 67.9㎍에서 51.2㎍으로 감소했다.

측정 결과를 받아든 안씨는 “환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오염농도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S사 신광선 사장은 “실내공기 오염 피해를 줄이려면 오염물질 발생을 억제하거나 환기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는 꽃가루나 먼지 같은 입자는 잘 걸러내지만 가스 상태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오염물질 오래 간다=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부터 생활용품으로 인한 실내공기 오염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분석에서 장롱·소파 같은 새 가구의 포름알데히드의 시간당 배출량이 한 달이 지나도 30%밖에 줄지 않았다. 사무용 책상도 10%만 감소했다.

컴퓨터·TV·냉장고를 비롯한 전기·전자제품도 장시간 가동하면 오염물질이 방출된다. 전력소모량이나 발열량이 많은 제품일수록 오염물질 방출량도 많았다.

환경부 생활환경과 김호은 사무관은 “신축 공동주택이나 지하철 역사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는 관리기준이 마련돼 실내공기질이 개선되고 있다”며 “생활용품에 대해서는 제품종류별로 방출량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소비자에게도 정보 제공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환기 방법도 진화한다=성인 3명이 밀폐된 아파트 거실에서 숨을 쉬면 두 시간 만에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다중이용시설 기준을 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여름·겨울엔 냉난방 에너지 손실 때문에, 봄에는 황사·꽃가루 때문에 환기가 쉽지 않다.

건설업계는 신축 공동주택에는 환기설비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환기방법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시간당 실내공기의 70%를 바깥 공기로 순환시켜야 한다는 기준도 맞춰야 한다.

코오롱건설 기술연구소 김용경 박사는 “단순히 팬을 돌리는 방식에서 고성능 필터가 달린 환기장치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 차가운 외부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기 전에 실외로 빠져나가는 따뜻한 실내공기로 데워지도록 하는 방법도 적용된다. 하지만 기존 아파트에 이 같은 환기장치를 설치할 경우 공사비를 포함해 가구당 18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필터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국민대 한화택 교수는 “정작 환기시설이 필요한 곳은 반지하 단칸방이나 지하 공연장 같은 곳”이라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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