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주선 지키는 나사 '수퍼 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우주선 안에 일단 들어가면 창문을 열 수 없다. 그런데 예기치 못했던 고약한 냄새가 난다면 어떻게 될까. 당장 임무를 중단하고 돌아와야 할 것이다. 미국 ABC방송 인터넷판은 24일 그럴 염려는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지난 30년간 냄새 맡는 일을 전담해온 직원 '수퍼 코' 조지 앨드리치(사진)가 있기 때문이다. 앨드리치는 우주선에 실리는 모든 물건의 냄새를 맡아 탑재 여부를 결정한다.

'후각의 거장'이란 별명으로도 모자라는 그는 노스트릴다무스(Nostril-Damus)로 불리기도 한다. 노스트릴다무스는 '콧구멍'을 뜻하는 노스트릴(nostril)과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의 '다무스'를 합친 말이다. 앨드리치는 "우주인들은 비위를 상하게 하는 냄새 때문에 앓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1976년 러시아 우주인들은 우주선 안에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물질 때문에 중도에 임무를 포기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83년 6월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인 샐리 라이드가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에 마스카라를 갖고 타려다 포기했다. 앨드리치가 '부적합'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소방관으로 일하던 그는 30년 전 우연히 NASA의 냄새 맡는 일에 자원하면서 '수퍼 코'로 활약해 왔다. 앨드리치는 "내 후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사태를 막는 일은 우주비행사들의 보디가드 역할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음달 발사되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릴 것들도 그의 심사를 거칠 예정이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