廢갱도.빈굴 엉성한 수세미 地盤-붕괴위험 도사린 상리터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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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세미 속 같이 듬성듬성한 굴속으로 고속철도가 달린다」.
경부고속철도를 타고 가는 승객들은 열차가 상리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불안감을 가져야 할 것같다.터널 상하로 엄청난 규모의 폐갱도와 빈굴(空洞)들이 얽히고 설켜있기 때문이다.
차량 20량에 1천명의 승객을 싣고 최고시속 3백㎞로 달리는고속철도의 하중은 7백74.개통후 운행이 시작되면 하루 왕복 2백40회를 이 터널속으로 달리게 된다.
지질전문가들은 열차가 끊임없이 이같은 하중으로 지나갈 경우 땅속에 빈 공간이 있으면 지반침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진동으로 인한 직접 영향권은 터널폭(14)의 3배인 반경 42에이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1백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고속철도공단은 서울기점 41.46~42.1㎞사이 터널구간 6백40와 이 구간중 갱도가 터널에 40이내까지 근접해있는 2백30여구간을 가장 위험한 구간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는것이다. 이같은 판단은 지금까지 확인된 갱도의 도면이 정확하다는 전제아래 얘기지만 공단과 광업진흥공사조차 도면이 정확하지 않다고 말할 정도이니 보통일이 아니다.
지난해 7월 광진공이 실시한 상리터널 부근 지반안정성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터널 밑에 약 20㎞에 달하는 갱도가 있어 터널 시공기간은 물론 준공후에도 그 안전성이 심히 우려된다」고 돼있다.또 「미확인 갱도가 산재해 있으며 일부 빈 굴띠는 지표부근에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김명모(金明模.토목공학)서울대교수는 『일반적으로 광산은 지층이 약하다.광산으로 터널이 지나갈 수밖에 없다면 갱도 분포에 대한 정밀조사를 하고 완벽한 보완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광진공의 최근 조사결과 터널일대 지반이「생각보다」연약한 상태라는 진단이 내려졌다.이미 상당수 갱도가 무너지거나 물에 잠겨있어 휴광으로 인해 지반변화가 진행돼 암반이 약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터널 건설 예정지역 밑에 15개의 계단단층이 있는 것과관련,이강근(李岡根.지질학)서울대교수는『단층은 암석이 깨져있어지지대가 상당히 약한 곳인데 거기에다 고속철도 터널을 뚫으면 발파진동에 따른 지반침하등 또다른 형태의 지질 변화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에대해 공단측은『광진공의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면 위험 영향권에 있는 갱도를 폐광석 또는 콘크리트로 메우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단측은 또 『터널 보강을 위해 미국.스위스등의 외국전문업체에 구체적인 보강공법에 대해 설계를 의뢰했다』고 말했다.정형식(토목공학)한양대교수는 『콘크리트등으로 메우면 붕괴 위험이 줄어 운행에 큰 지장은 없을지 모르나 무엇보다 정확 한 실태조사등 정밀한 작업이 요구되며 개통후에도 땅밑에 수많은 광산갱도가있다고 생각하면 승객들의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정재헌.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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