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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웰빙] 개들도 웰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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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원반이랑 공을 갖고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참을 뛰었더니 출출했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구수한 냄새. 운동장 옆 건물 2층 식당이 진원지였다. 푸딩과 닭가슴살 스테이크가 나오는 세트 메뉴를 먹었다. 졸음을 참고 아래층 미용실에서 몸단장을 했다. 신나는 하루였다. 주인님께 또 놀러 오자고 해야지.'

- 글을 아는 견공(犬公)이 있어 경기도 용인의 페티앙캐슬(www.petian.com)에 다녀왔다면 이런 일기를 쓰지 않았을까. 이번엔 '애완견 웰빙'바람이다. 애완견들을 애지중지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애견용 고급 시설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지난 18일 1차 개장한 페티앙캐슬은 개들이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비롯해 멍멍이 미용실, 애완견 용품 매장, 주인과 개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식당까지 갖췄다. 식당에서는 애견용 메뉴가 나온다. 입원 병상 21개의 멍멍이 병원도 있다. 다음주에는 애완견 전문 스튜디오도 문을 연다.

주인이 없는 동안 개를 맡아 주는 '애견 호텔'도 5월 말 개장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그야말로 멍멍이를 위한 복합 공간인 셈이다. 지난 24일 애견 '덤보'(골든 리트리버.14개월)와 함께 이곳을 찾았던 주부 배미숙(47.경기 수원시 영통동)씨는 "갔다 온 다음날부터 강아지가 매일같이 나가자고 문 앞에서 낑낑댄다"고 말했다.


멍멍이와 함께 사진도 찍고(왼쪽) 밥도 먹는 곳. 국내 최초의 애완견 테마파크인 용인의 페티앙캐슬이다.

오는 9월에는 부천의 영상문화단지 안에 비슷한 테마파크가 들어선다. 특징은 애견 전용 결혼식장. 짝짓기를 앞둔 멍멍이들이 신랑.신부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특별식으로 피로연을 여는 곳이다.

견공들을 위한 테마파크뿐 아니라 전용 제과점, 명품 숍 등이 생겼다. 10만원을 넘는 개목걸이, 40만원짜리 강아지용 명품 소가죽 재킷까지 나와 눈길과 눈총을 함께 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고급 애완견 분양 전문점 레쇼는 강아지 일광욕장도 갖췄다.

서울 역삼동의'쓰리독 하우스'(www.threedog.co.kr)는 국내 최초의, 개들 만을 위한 제과점. 지난해 말 문을 열었다. 본사는 미국에 있다. 과자를 직접 만드는 것은 물론 원료도 최고급이다. 초컬릿.설탕 대신 꿀이나 사탕수수를 쓴다. 김명섭 사장은 "미국의 전문지가 '쓰리독 하우스의 과자는 당뇨병 환자들이 먹으면 좋다'고 평가할 정도"라고 말했다.

애견 전문 사진관은 2~3년 전에 등장했다. 신문만한 액자 사진 하나, 그리고 신문 반 크기의 사진 10장으로 앨범을 꾸미는 데 40만~50만원. 사람 사진보다 10~20% 비싸다. "개들이 가만히 있도록 비위를 맞춰가며 촬영하는 게 사람을 찍을 때보다 서너 배는 힘들다"는 이유다. 처음 분양받았을 때와 생일은 물론 애견 미용실에서 갔다온 뒤에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강아지풀'(www.gangajipul.com)은 주인과 애견용 '커플 패션'을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만들어 준다. 멍멍이들 피부가 사람보다 민감해 100% 면으로 만든다. 그 덕에 커플 룩으로 맞춰 입는 주인도 순면 옷을 입는 호강을 누린다고.

인터넷 꽃배달 사이트 '꼬필래'(www.kplflower.co.kr)는 애완견 꽃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최우용 기획실장은 "꽃배달 주문 10건 중 한두 건은 애완견에게 보내는 것"이라며 "개뿐 아니라 고양이.햄스터에게 배달한 적도 있다"고 했다. 친구의 애견이 죽었을 때 조화(弔花)로 흰 국화를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고 최실장은 전했다.

강아지 작명 전문 사이트들도 검색 엔진을 이용해 쉽게 찾을 수 있다. 대체로 품종과 색깔에 맞는 이름을 만들어 놓고 그 중에 주인의 사주에 맞는 것을 골라 준다. 건당 3000~5000원이다.

글=표재용.권혁주.김필규 기자<woongjoo@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 '개티켓'을 지킵시다

■ 공격적인 개는 데리고 나가지 말 것. 모르는 아이가 개 얼굴을 건드려도 가만히 있는 게 외출 조건이다.

■ 밖에 나갈 때 용변이나 빠진 털 처리용 비닐 봉지를 지참하는 것은 기본이다.

■ 좁은 복도나 인도에서는 개를 벽쪽으로 몰아 행인들에게서 가능한 한 떨어지도록.

■ 엘리베이터 안에서 작은 개는 안고 있어라. 큰 개는 구석에 몰고 주인이 막아서서 다른 사람이 안심하도록 해야 한다.

■ 보관소가 없는 음식점에는 함께 가지 마라.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와도 기분 나쁜데 개털이 나오면….

■ 밤새 짖는 개라면 이웃을 생각해 밤에 마당에 내놓지 않는다. 도서관 등 조용한 곳 근처에 데리고 가는 것도 금물.

최기용 서라벌대 애완동물학과 교수(한국애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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