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4.쉬고 즐길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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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도쿄(東京)에 사는 다케고시 히로다카(竹越裕高.36)는 지난15일 제주도남제주군 서귀포 바닷가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스쿠버다이빙 동호인들과 함께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찾았던그는 동료들과 함께 죽을 힘을 다해 해변가로 헤엄쳐 나온후 할말을 잊었다.
『보트다이빙을 했지요.다이빙을 마치고 물 위로 올라오니 보트가 없어졌어요.나중에 알고 보니 어촌계 사람들이 어패류를 채취할까봐 끌고 가버렸다는 거예요.』 사이판에서 다이빙숍 「자이언트 엔터프라이스」를 경영하는 김성우씨는 『레저에 대한 무지에서이같은 사태가 비롯됐다』고 말한다.
그는 『해안 곳곳에 다이빙 포인트를 개발해놓고 있는 사이판의경우 한해 10여만명의 일본인 다이버들이 몰려든다』며 『제주도는 사이판처럼 1년내내 여름은 아니지만 대신 계절에 따라 변하는 물속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인기있는 코스가 될 수 있는데도방치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관광한국」을 대표하는 제주도지만 외국 관광객 눈으로 보면 부족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1주일간 제주도일주여행을 마치고 13일 김포공항에 도착한 뉴질랜드 배낭족 토니 커렌(24)은 『해안.한라산.마을정경등이 하와이 못지않게 아름다웠다』면서도 『산악자전거로 해안이나 한라산 줄기를 오르거나 바다로 나가 파도타기를 하고 싶어 수소문했지만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내물도 없고,실제로 하는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지역을 전문으로 하는 HIS여행사 이병근차장은 『사업상 일본사람들과 접촉이 잦은데 「제주도가 일본에 있다면 제2의 하와이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얼굴이 화끈거린다』며『외국 유명관광지를 가보면 자연을 보존하면서 더 욱 아름답게 개발해놓고 있다』고 했다.
설악권은 더욱 「미개척지」로 남아있다.지난 14일 설악산에서만난 일본 도야마대학 유학생 조방연(28.전자공학부4년)씨는 심각한 고민을 털어놨다.그는 같은 과 스터디 그룹인 스즈키 요시야(鈴木由也.26),이노우에 에이코(井上榮子. 24),야마자키 아키코(山岐秋子.24)와 함께 여름방학을 이용해 동해안을 찾았다.그러나 경포대 야영장에서 하루 캠핑하고는 내빼듯 설악산으로 왔다고 했다.
『샤워장은 물론 수도.전기시설이 전혀 없어 하룻밤도 겨우 견뎠어요.쓰레기장에서는 악취가 나고….설악산에서는 만회하려고 했는데 야영장을 아예 폐쇄했더군요.』 스즈키는 『도야마에 있는 다테야마(立山)의 경우 곳곳에 야영장이 있고,알펜루트라는 길이있어 관광객들이 정상까지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며 『다테야마보다 빼어난 경관을 갖춘 설악산에 야영장이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
이같은 국내 레저시설부족은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오는데 장애요인이 되는 것은 물론 해외여행을 부추기고 있다.지난해 일본 미야기(宮城)현 에보시스키장으로 2박3일 스키투어를 다녀온 김형식(34.서울상도4동)씨는 『국내 스키리조트에 대 한 불만이 일본에서 다 해소됐다』며 여행경험담을 털어놨다.김포에서 미야기현 센다이(仙臺)공항까지 1시간30분.공항에서 에보시스키장까지50분.오후내내 스키를 타고 온천이 있는 호텔에서 쉬고,다음날하루종일 지칠 정도로 스키를 즐기고 돌아왔다는 것이다.그는 『리프트 체증도 없고 호텔숙식비.리프트요금.스키렌털비.항공료가 전부 포함된 요금이 49만5천원이었다』며 『한국 스키리조트의 품질.가격경쟁력이 걱정된다』고 했다.일본등 해외스키장을 찾는 스키어는 연간 1만여명 에 이른다는게 업계 추산이다.여행 흐름이 바뀌는데 따른 업계의 준비도 부족하다.
『해외여행객의 패턴이 40~50대 단체관광에서 20~30대 소그룹으로 변하고 있습니다.이들은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정적인 관광보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동적인 관광을 즐깁니다.당연히 레저쪽을 선호하지요.』 아주관광 전영무(43)차장은 『지금까지특급호텔만 확보하고 골프장 부킹만 하면 저절로 모객이 됐던 시절은 지나갔다』며 『20~30대의 다양한 레저욕구를 담아줄 레저시설 확보와 이들을 위한 상품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골프투어도 한계에 왔다.서울 강남의 R호텔 투어데스크 김희연(27.여)씨는 『주말.휴일을 이용해 골프치고 싶다고 신청하는투숙객들이 많지만 그때마다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며 씁쓸해했다.그녀는 『국내 골퍼들의 평일 부킹도 어려운데 어떻게 외국인의휴일부킹이 가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글싣는 순서 1.한 배낭여행객의 서울 24시 2.비싸고 살게 없다 3.볼것 없고 가기도 힘들다 [4.쉬고 즐길게 없다 ] 5.답답하고 더럽다 6.전문가 종합진단 □기획취재팀 ^길진현 레저팀장^하지윤.이순남(이상 레저팀)^이재훈(경제부)^이훈범(사회부)^양선희(수도권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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