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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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그는 을희의 비밀화원을 누비고 꽃잎에 입을 맞추어 이슬을 마셨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꽃잎은 그의 입술 끝에서 떨며 흐드러졌다. 태초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생식기였을 클리토리스가 온통 쾌락의 기관임을 을희는 처음 깨달았다.전율처럼 오는 그 감미로움에 취하며 을희는 자신의 육체가 구석구석 눈떠가는 것을 실감했다. 밤생활에도 그는 실로 능했다.능하다기보다 극성스러울만치적극적이라 해야 옳았다.
「운우도(雲雨圖)」 운운하며 옛 춘화를 모은 화첩을 행위중에펴보는가 하면 「삼십법」인가 하는 서른가지 체위도를 구해다 본떠 보려고 애썼다.
천격맞았지만 초등교도 안다녔다는 그의 한문 실력에 감탄하며 순순히 따랐다.
잠전면(蠶纏綿).누에가 고치를 껴안고 있는 자세.
어비목(魚比目).물고기 두 마리가 나란히 물에 떠서 서로 눈을 마주 대는 형태.
원앙합(鴛鴦合).원앙새 암수의 행위 모양새.
배비부(背飛鳧).물오리가 자맥질하여 거꾸로 나는 모습.
임단죽(臨壇竹).
돌 축대 옆에 대나무가 자란듯 남녀가 마주 서있는 체위.
산양대수(山羊對樹).산양이 나무를 향해 뿔을 들이대고 있는 모양. 단혈봉유(丹穴鳳遊).
단사(丹砂)를 캐는 굴 안에서 봉황새가 춤춰 날아다니는 모습. 음원포수(吟猿抱樹).원숭이가 울며 나무를 껴안고 있는 형태. 묘서동혈(猫鼠同穴).고양이와 쥐가 한 굴 안에 함께 있는 모양새. 등등….
당나라의 도가(道家) 장정(張鼎)의 선호(仙號) 「동현자(洞玄子)」를 그대로 책이름으로 삼은 방중술서(房中術書)의 체위들이라 했다.
당나라땐 의술서도 많이 편찬되었는데 『천금방(千金方)』이라는30권의 의학전집에 의하면 「남자에게 여자가 없어서는 아니되며여자에게 남자가 없어서는 아니된다.만약 홀로 얼림을 생각하면 수명을 해치고 백가지 병이 생긴다…」했으니,자 기와 같은 「도사」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라며 생색내기도 했다.
실상 그는 정력이 남달랐다.원래 강건한 체질이긴 해도 여자를접하되 사정(射精)하지 않는 것이 그 비결이라며 그것 역시 『천금방』에 있는 방중술이라 했다.
그가 자랑스레 일러주는 방사비결보다 을희는 한문서적을 적잖이훑은 흔적에 끌렸으나 그 연유를 알고 나서는 혼절하지 않을 수없었다.
글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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