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대부업체 기승 … 피해도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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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 3월 한 대부업자에게서 300만원을 빌린 A씨가 실제 손에 쥔 것은 198만원에 불과했다. 열흘치 이자로 36만원을 먼저 제한 데다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100만원당 22만원씩 66만원을 다시 뗐기 때문이다. 돈을 빌린 이후에 108만원을 갚았지만 제때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빚은 450만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게다가 빚을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급전이 필요해 대부업자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의 대부업 피해 상담 건수는 2004년 2898건에서 2007년 3421건으로 증가했다. 올 상반기 피해 상담 건수는 지난해의 절반을 넘는 2062건에 달했다.

이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때 주춤했던 등록 대부업체 수도 다시 늘고 있다. 전국 시·도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올 6월 말 현재 1만8384개로 3월 말(1만7713개)보다 671개 늘었다. 3월 말엔 지난해 말(1만7911개)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다시 증가한 것이다. 업계에선 등록을 하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하는 미등록 사금융업자도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문제는 연 49%로 제한된 금리를 초과하는 이자를 받거나 빚 독촉을 하면서 대부분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행위다. 금감원은 인터넷에서 관련 법규에 어긋나는 광고를 하며 고객을 모으거나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한 대부업체 58개를 적발해 수사기관 등에 통보했다고 15일 밝혔다.

적발된 업체들은 ▶광고에 대부업 등록번호·연체 이자율 등을 표기하도록 한 대부업법을 위반하고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하거나 ▶폐업 신고를 한 이후에도 돈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소액을 쉽게 빌려주는 대부업체나 사금융 업자를 찾는 사람이 많다”며 “규모가 큰 대형 업체보다는 소형 업체와 미등록 업체들이 불법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다 제때 갚지 못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이 올 7월 발표되긴 했지만 사업 추진이 여의치 않은 상태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부업체에서 1000만원 이하의 돈을 빌린 뒤 3개월 이상 빚을 갚지 못한 사람들의 연체 채권을 사들이려 하고 있지만 대부업체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캠코는 이번 주 대부업체들을 상대로 채권 매입 절차에 대한 설명회를 하고 본격적인 가격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캠코는 대부업체의 연체 채권을 대출금의 10% 정도 가격에서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대형 대부업체 관계자는 “10%는 너무 낮은 가격”이라며 “연체 기간에 따라 최고 30%는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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