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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중국 정부 향해 SOS “합작공장, 인가 빨리 내주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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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재로서는 더 이상 바라볼 곳이 없다. 중국 진출이 안 되면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쌍용자동차 경영기획팀 관계자)

판매 부진에 빠진 쌍용차가 요즘 중국 합작공장 인가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매출 3조1193억원, 영업이익 441억원으로 2004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해 크게 고무됐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 다시 599억원의 적자를 냈다. 주가도 급락했다. 대주주인 중국의 상하이차(SAIC)는 2005년 1월 쌍용차 주식을 1만원에 약 51% 인수했지만 13일 종가는 3분의 1도 안 되는 2770원이다. 연간 생산 목표도 줄였다. 당초 14만1800대로 잡았지만 최근 13만대 선으로 하향 조정했다.

쌍용차는 올 들어 경유 값 급등의 직격탄을 맞아 심각한 내수 부진을 겪기 시작했다. 올해 1∼8월 2만8261대를 팔아 전년 같은 기간(4만2260대)보다 33%나 줄었다. 경유 값이 휘발유보다 높았다고는 하지만 예상보다 타격이 컸다. 판매 대리점도 마찬가지다. 쌍용차의 최대 딜러인 아주모터스는 지난달 대리점 43개 중 23개를 반납했다. 나머지 상당 부분도 계약 기간이 끝나는 대로 정리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전국에 209개 대리점이 있다. 그런데 이 중 절반 정도가 ‘대리점 운영의 마지노선’이라는 한 달 평균 10대도 못 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인 문제는?=쌍용차의 주력 모델인 렉스턴·카이런·액티언(스포츠포함)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차체는 고유가에 취약하다. 모두 1990년대 개발된 강철 뼈대(프레임) 방식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다른 경쟁업체들은 차체 경량화를 추진해 프레임 방식 대신 승용차에서 쓰는 뼈대 없는 구조물(모노코크)로 대부분 바꿨다. 쌍용차가 경쟁차보다 100㎏ 이상 무거운 이유다. 연비(연료소비효율)가 동급 차 대비 10∼20% 낮다. 쌍용차가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이유 중 하나다.

튀는 디자인으로 승부한 것도 화근이 됐다. 대우자동차에 인수됐던 98년 당시 개발을 시작한 렉스턴은 디자인이 좋다는 평가를 받은 데다 SUV 붐을 타고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2005년 이후 선보인 카이런과 액티언은 디자인에서 실패했다.

유럽 등을 중심으로 잘나가던 수출도 제동이 걸렸다. 수출은 1~8월에 3만8912대(해외 조립생산 포함)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4만7337대) 대비 17.8%나 줄었다. 유럽에서 올해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 차량에 세금을 중과했다. 현대·기아차도 유럽에서 부진했지만 상대적으로 차량 무게가 더 나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쌍용차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그나마 대형 세단인 체어맨이 국내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중국 합작공장이 돌파구=쌍용차는 대주주인 SAIC와 50대 50 합작으로 상하이 부근에 공장 건설 인가 신청을 했다. 중국 정부는 기술독립을 강조하면서 그간 합작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쌍용차는 연내 인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투자를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꿀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 경영기획팀 관계자는 “늦어도 연말까지는 인가를 받아야 내년 말부터 중국에서 부품 조립생산을 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내 공장의 조업 단축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우선 중국 합작공장에서 카이런급 SUV를 연간 2만 대 이상 현지 조립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럴 경우 중국에 수출할 반제품 생산을 위한 국내 공장의 가동률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상당수 직원의 중국 파견근무도 가능하다. 부품업체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

쌍용차에 납품하는 A사는 “국내 공장 가동률이 70% 이하로 떨어져 부품업체 경영난이 크다”며 “중국 공장 허가가 지연되고 내수 부진이 하반기에도 이어지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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