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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게이트’ 주역 박동선씨 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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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인천공항에 도착한 박동선씨. [연합뉴스]

1970년대 미국 워싱턴 정가를 발칵 뒤집었던 ‘코리아 게이트’의 주역 박동선(73)씨가 12일 귀국했다. 유엔의 이라크 석유-식량계획에 관련된 혐의로 2006년 체포돼 5년형을 선고받았던 그는 10일 석방돼 12일 오전 4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박씨는 입국 뒤 건강 검진을 위해 일산 백병원에 입원했다.

앞서 뉴욕연방법원은 2월 박씨가 미국 정부에 협력한 점과 건강 상태를 고려했다며 형량을 징역 5년에서 3년1개월로 줄였다. 그 뒤 박씨는 모범수 감면 조항을 적용 받아 만기에 5개월 앞서 출소했다. 그는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고혈압·당뇨 등의 지병을 앓아왔다.

박씨는 이라크 정부에 유리하도록 석유-식량 연계 프로그램을 유지시켜 주겠다는 조건으로 당시 사담 후세인 정권으로부터 250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와 로비스트로 등록하지 않고 로비 활동을 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12일 자신은 결백하며 미국 당국이 자신을 “불법 연행”했으며 “2년 넘게 비리혐의를 찾으려 애썼지만 못 찾아내자 로비스트 미등록 혐의를 적용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2006년 1월 파나마 운하 사업을 위해 멕시코를 경유하던 중 추방 조치를 당한 뒤 미국 휴스턴행 비행기에 강제로 태워졌고, 휴스턴에 내리자마자 체포됐다. 그는 “미국의 일부 보수파 중 유엔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유엔의 전·현직 고위간부 등을 옭아매기 위해 억지로 조작해내는 과정에서 내가 희생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라고 말했다.

코리아 게이트는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절이던 76년 10월 워싱턴 포스트가 박씨의 불법 로비활동을 폭로한 뒤 미 정부가 한국에 박씨를 인도할 것을 요구했으나 한국이 거절하면서 한·미 간 외교 분쟁으로 비화했던 사건이다. 박씨는 면책을 조건으로 미 의회에서 증언했으며, 당시 전·현직 미국 의원 32명에게 85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80년대에는 일본에서 주로 활동했으며, 90년대에는 유엔 사무총장의 개인고문 등을 지냈다. 그 뒤 런던에 본사를 둔 무역컨설팅업체인 파킹턴사의 회장으로 활동해 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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