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대표 '衆智정치'의미-3金정치 청산 集團리더십 부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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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한국당 이홍구(李洪九)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첫 대표연설을했다.첫선을 보인 연설에서 李대표는 새정치를 강조하며 구체적인방법론으로 「중지(衆智)정치」를 내세웠다.그가 밝힌 중지정치는『국민의 지혜를 모으고 자율적인 결정을 내리 는 정치』가 골자다. 얼핏보면 공자님 말씀과도 같다.그러나 그가 이날 정의(定義)한 중지정치속에는 여러가지 정치적 의미가 함축돼 있는 것같다. 우선은 그가 중지정치의 반대편에 권위주의 정치를 세워둔 것에서 중지정치의 의미를 찾아야할 것같다.
그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처럼 몇사람의 지도자가 임의 결정을 내리는 정치를 배격했다.이는 바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3金정치를 겨냥한 것임이 분명하다.보다 구체적으로는 김대중(金大中).김종필(金鍾泌)총재를 말한다.
李대표는 이미 여의도논단 인터뷰를 통해서도 『과거의 리더십은정치적 시비를 따지는데 강했고,불행히도 아직까지 부정선거 시비등 싸움에 능한 것이 리더십의 가장 큰 덕목으로 꼽히는 분위기』라고 비판했었다.그는 『새로운 리더십은 새 세 계의 흐름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로운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李대표로선 3金정치를구 정치로 상징화해 차별화하려는 전략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李대표의 중지정치가 3金정치와의 차별화에만 집착한것같지는 않다는 분석도 이날 대두됐다.
중지정치의 꺼풀을 벗겨보면 차기대권문제와 관련한 李대표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같다는 것이다.
李대표는 이미 방송기자클럽 기자회견문을 통해 『단일지도 체제라는 구 정치의 리더십 대신 집단지도 체제가 새 시대의 리더십』이라고 했다.당시 내각제와 관련,오해가 일자 즉각 발언을 취소했지만 중지정치는 그 「집단지도 체제」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李대표의 집단지도 체제는 한마디로 권력분점의 논리였다.중지정치도 결국은 같은 얘기다.
그러다보니 이날 당장 대권후보군에 거명되는 한 중진의원의 측근은 『아마도 중지정치는 어차피 3金같은 1인 독점지배가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발상을 밑바닥에 깔고 권력분점의 논리를 제시한것같다』고 분석했다.즉 권력 분점의 공개약속만이 당내기반이 취약한 李대표의 활로(活路)아니겠느냐는 얘기다.
당내 일각의 이같은 시각에 대해 전성철(全聖哲)대표특보는 펄쩍 뛰며 『구태정치를 벗어나 새 정치를 하자는 뜻일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극구 경계했다.
중지정치의 화두(話頭)를 던진 李대표가 이를 어떻게 구체화시켜 나갈지는 정치인으로서의 그의 개인적 과제이기도 하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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