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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性폭력 전문가 진단-덮어두기보다 적극 대응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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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소년 성문제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미성년자 성폭행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저급(低級)자본주의가 낳은 물질만능주의와 쾌락지상주의가 빚어낸 「사회학적 병리현상」으로 진단한다.
◇미성년자 성폭력 증가의 배경=근대화 이전에도 근친상간등 아동 성폭행의 사례가 없지는 않았지만 오늘날 아동 성폭행은 크게두가지 형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하나는 물질.향락우선주의가 판치는 현실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약자에 대한 성폭력을 자신의 분노와 무력감을 해소하는수단으로 이용하는 형태다.이 경우엔 주로 가족.친척.교사등 지인(知人)에 의한 지속적인 성폭행으로 나타난다.
또다른 요인은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가치관의 혼란과 성충동을유발한다는 사회학적 접근으로, 음란물을 통해 성적인 자극을 받은 10대 청소년이 호기심으로 반항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한두차례 성폭행하는 단발성 폭력으 로 투영되고 있다. 특히 여성학자들은 성폭력이 성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라고 주장한다.교사와 학생,어른과 어린이,남자와 여자처럼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관계가 성립됐을때 약자에 대한 공격성이성폭력으로 나타난다는 것.
◇성폭력이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성폭행을 당한 피해아동은 거의 회복 불가능한 정신적.육체적 후유증으로 고통받게 된다.
어린이의 경우 우선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피해 증후군은 공포감과 불안감.성폭행을 당했을 때 잠도 못자고 갑자기 공포감을 드러내는 등의 외상후(外傷後)증후군 증상을 나타낸다.
여러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장기간에 걸쳐 폭행이 지속될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장기적으로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피해아동들은 성폭행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성년이 되면서죄책감과 자신에 대한 실망감에 대인 기피는 물론,남녀관계 자체를 거부하거나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탐닉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거식증.과식증같은 이상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 자기 혐오감으로인한 자해.자살로도 나타난다.
◇처방및 대책〓전문가들은 성폭행 아동이 상처를 치유키 위해선가정.학교.사회의 공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가정에선 성폭행을 당했을 경우 어린이들이 자신의 잘못이라는 느낌을 갖지않도록 부모들이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모도 지나친 호들갑이나 꾸짖는 태도를 보이기 쉽기 때문에 전문가들과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유과정을 거쳐야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당사자의 고발없이도 처벌이 가능한 성폭력특별법 도입으로 적어도 법적인 측면에서는 미성년자 성폭력을 막을 방책이 마련되긴 했지만 현행 민간차원에만 맡겨진 성폭력 피해자 구제및방안등을 정부가 나서서 효율적으로 관리.전담하는 것 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성폭력을 개인적이고 성적인 문제로만 파악하는 사회적인식의 타파도 시급한 실정이다.
피해자에게 『순결을 잃었다』거나 『짧은 치마를 입고 밤늦게 다니니 그런일을 당한다』는 식의 눈길을 보내는한 피해자가 당당하게 가해자를 고발하는 풍토를 기대할수 없다.
특히 가족내에서의 성폭력에 대해 덮어두려고만 하는 상황에서는피해자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최근 성폭행을 당한 청소년들이 소년소녀 가장이나 결손가정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소년소녀가장」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개념이며,자원봉사자들의 결연이 이들 취약청소년을 제대로 성장케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런 점에서 취약청소년계층에 사회복지사를충분히 활용,보호자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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