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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이스'주연 폴란드 연극스타 막달레나 차르토리스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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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연극 『아이스(I's)』.주연 막달레나 차르토리스카(24).
언뜻 봐선 어느 나라의 어떤 작품인지 분간이 안가는 이 연극은 분명 오는 17일 대학로 연우무대에서 개막되는 한국 연극이다.막달레나란 낯선 이름의 주인공은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연극원출신의 연극배우.90년 첫 무대에 선후 20여편 의 작품활동을통해 주연급 배우로 폴란드 무대에선 주목받는 인물이다.그녀가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 5월초.손가방 하나 달랑 들고 김포공항에 도착했다.옆에는 이번 작품의 작가이자 연출을 맡은 이충원씨가 있었다.폴란드 바르샤바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막달레나의 한국행을 주선한 주인공.연극계에 안면이 있던 이씨는평소 따르던 극단 대표에게 자신이 쓴 희곡을 보내왔고 바르샤바에서 눈여겨 봐온 막달레나를 출연 배우로 추천했다.한국 극단측에서 연락이 온 것 은 2월초.왕복 항공료와 체재비 일부 정도가 출연조건이었다.출연료는 물론 없었다.
『동양연극은 신비한 것이란 생각이 있었습니다.동.서양 연극을비교하는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믿고 무조건 출연을 결심했죠.』 당시의 심경을 그녀는 이렇게 털어놓는다.한국 도착 다음날부터 그녀는 연습에 들어갔다.45일간 맹연습이 이어졌다.개막 직전 두달 가까이 연습해온 작품 출연을 그녀는 포기해야 했다.
『원작을 보고 한국행을 결심했는데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간데다 「자아찾기」란 원래의 주제대신 잔혹극쪽으로 몰아가는 연출자의 의견을 따를 수가 없었어요.』 한국을 찾은 목적과 이유를 잃어버리고 귀국을 결심했다.그러던 그녀에게 반가운 소식이 온 것은 7월초.평소 이충원씨를 아끼던 극단 작은신화의대표 최용훈씨가 『멀리서 온 손님을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않느냐』며 15일간의 공연을 제의 해왔다.물론 즉석에서 OK.그후로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극 해석의 이견을 줄이려 작가인이씨가 직접 연출을 맡았다.자료 뭉치와 팸플릿등으로 발디딜 틈도 없는 두평 남짓한 극단 연습실이 그렇게 쾌적할 수가 없었다. 『한국엔 극단이나 공연이 너무 많다는 느낌입니다.그러다 보니 배우도 무대에 너무 쉽게 오르는 것같아요.』 타고난 천재 외에 대부분 배우는 훈련과 경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인데도 한국 연극배우중엔 준비가 덜 된채 무대에 오르는 일이 많다는 지적이다.김치를 좋아하고 특히 닭볶음탕에 반했다는 그녀는 오늘 대학로의 많은 연극들이 『아무 목적 없이 관객의 감각에만 호소한다』며 세기말 인간의 실존 탐구에 주력하는 폴란드등 세계 연극의 조류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글=이정재.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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