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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신질환에 걸린 사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부끄러운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중학생이 교실에서 출산의고통을 겪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더니,한마을 주민 14명이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작태가 또 일어났다.미성년자 성폭행은 성도착증(性倒錯症)이다.한국성폭 력상담소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한해 성폭력피해자중 고소건이 3백70여건,그중 30%가 15세이하라는 놀라운 통계가 나와 있다.충남 아산의 14명 주민만이 아니라 이 사회 곳곳에 어린 소녀를 노리는 성도착자들의 마수가 도사리고 있다 고 할 수 있다.이 사회가 정신질환에 걸려 있다.
이미 우리는 잊고 있지만 80년말 이 사회를 공포분위기로 몰아갔던 사건이 있었다.길 가던 부녀자들을 납치해 유흥업소나 사창가에 팔아넘기는 악덕 인신매매사건이었다.폭력조직과 연계된 인신매매조직이 전국을 누비며 부녀자들을 잡아갔다.이 번 소녀 성폭행사건도 성도착증에 걸린 이 사회의 한 단면이다.
유교적 도덕관이 가장 잘 보존되고 있다는 이 사회가 왜 이렇게 됐는가.결손가정이 늘어나고 음란퇴폐문화의 확산 등을 직접원인으로 꼽지만 크게 보면 한 사회를 지탱하는 도덕규범이 실종된탓이다.오로지 잘 살고,잘 먹고,잘 쓰는 것만이 미덕(美德)처럼 자리잡으면서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유교적 도덕관은 낡은 관념이라고 팽개쳤다.방종과 사치,일탈과 무질서라는 외국의 나쁜 외형만 모방했다.
그러나 미국을 지탱하는 지주(支柱)는 아직도 청교도적 퓨리턴정신과 민주적 질서의식이다.이슬람권은 그들대로 엄격한 율법과 도덕률이 있고,서구 가톨릭 국가들은 견고한 가톨릭 정신으로 사회와 가정을 지켜나가고 있다.우리 사회는 어떤가.
소득 1만달러 시대에 선진국 진입이 눈앞에 다가섰다고 으스대는동안 이 사회는 마치 소돔과 고모라를 능가하는 무질서.낭비.
패륜이 판치고 있다.
미성년자 성폭행이 빈발하는 것은 이 사회가 중증 정신질환에 걸렸음을 단적으로 말한다.사회를 정화하고 떠받드는 정신적 지주,도덕규범을 재창출해낼 도덕재무장운동을 정부와 민간단체 합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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