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e] 서인영 인기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사진=뉴시스]

6년 전 댄스 그룹 ‘쥬얼리’로 데뷔했을 때 서인영의 존재감은 작았다. 시원한 가창력이 돋보인 박정아, 팀에서 나간 후 연기자로 변신한 이지현의 미모에 가리웠다. 처음 이름을 얻은 것은 섹시함을 내세운 2005년부터였다. 특유의 털기춤(‘슈퍼스타’)으로 화제가 되더니 2007년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하면서는 노골적인 ‘치골 패션’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서인영은 ‘대세’는 아니었다. 과도한 섹시 컨셉트로 단명하리라는 우려도 적잖았다. ‘대세’의 길을 열어준 것은 올봄 시작한 MBC 리얼리티쇼 ‘우리 결혼했어요’다. 서인영은 남편(크라운 J)을 꽉 잡고 살며 명품, 특히 신상 구두라면 사족을 못쓰는 쇼퍼홀릭을 연기했다. 대중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귀에 거슬리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남편에게 생떼 쓰는 모습이 솔직한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 명품 구두를 ‘아가들’이라고 애지중지하는 ‘한국의 패리스 힐튼’이 됐지만 ‘무개념 된장녀’라는 질타는 없었다. 젊은 여성들은 그녀의 머리와 화장법을 따라했다. 작은 키 등 신체적 약점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당당한 자기 연출이 호평받았다.

‘우결’에 이어 m.net의 리얼리티쇼 ‘서인영의 카이스트’도 히트였다. 카이스트의 수재들에게 둘러싸여서도 특유의 배짱과 겁 없음으로 기죽지 않는 모습을 선보였다.

서인영의 인기는 우리 시대 여러 단면을 보여준다. 우선 소비에 대한 열망, 속물주의에 대한 매혹이다. 서인영과 크라운 J 커플은 반지· 액세서리·구두·모자 등에 열광한다. 그것도 신상 명품이다. 소비에서도 남보다 앞서가야 한다는, 소비의 속도전이다. 이들은 여행가방이나 웨딩 사진용 예복에도 황금색을 택하며 부에 대한 욕구를 숨기지 않는 ‘죄의식 없는 배금주의’도 선보였다.

또 서인영은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캐리가 그랬듯, 아찔한 높이의 하이힐에 탐닉하는 슈어홀릭이다. 하이힐은 노동하지 않는, 아니 노동할 수 없는 신발이다. 하이힐은 노동의 반대어일 뿐 아니라 사치 예찬의 동의어다. 소비로 존재 증명을 하고, 소비에 대해 별다른 자의식 없는 서인영의 모습은 ‘엄마가 뿔났다’의 ‘귀여운’ 속물 마나님 고은아(장미희)와 겹친다.

서인영은 여성 주도형 남녀관계도 보여준다. 대접하기보다는 대접받는 데 익숙하며, 남편에게 요구하고 리드하는 여자다. 때마침 비슷한 시기 신보를 들고 나온 엄정화·이효리와 함께 ‘3대 섹시 디바’로 불리지만 여기서도 서인영의 섹시함은 ‘여성 상위’가 핵심이다. 섹시하면서도 털털한 이효리가 ‘10 미니츠’에서 남자를 유혹하는 데 10분밖에 안 걸린다고 성적 자신감을 드러내며 ‘플레이 걸’ 이미지를 내세웠다면, 서인영은 한 발 더 나아간다. “이때다 싶어 덤비지 마요. 큰일 나요. 12시가 지나면 내가 널 어떻게 할지도 몰라요. 요즘엔 내가 대세”(‘신데렐라’)라고 노래한다. 자신의 관능을 무기로 남성을 쥐락펴락하겠노라 경고하고 위협하는 섹시함이다.  

양성희 기자

▒ 중앙일보 라이프스타일 섹션 '레인보우' 홈 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