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불황보다 강하다] ㈜행복추풍령 김선권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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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던 청년이 있었다. 하루 세 끼 먹기도 힘들었던 지긋지긋한 가난의 기억을 떨쳐버리고 싶어서였다. 청년은 제대 후 튼튼한 몸 하나만 믿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로부터 16년. 청년은 프랜차이즈 브랜드 4개에 연간 33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어엿한 사업가로 변신했다. 바로 ㈜행복추풍령의 김선권(40·사진) 사장이다.

그가 처음 시작했던 사업은 레스토랑. 동업을 했는데, 자금은 동업자가 대고 자신은 몸으로 때웠다. 하지만 손님이 없어 1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그는 “집이 넉넉해 자본금을 좀 보태줬어도 잘 했을 텐데 하는 원망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남 탓만 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 정도 심각한 슬럼프에 빠졌는데, 모든 책임을 저에게 돌리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그러다 보니 우군도 생겼다. 건설업에 종사하던 큰형의 도움으로 삼성전자 컴퓨터 동두천 대리점을 열었다. 발품팔이에 재미를 느끼고 일하다 보니 3년 만에 대리점 세 곳을 운영하게 됐다. 영업에 자신감이 붙자 자신만의 사업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첫 번째 프랜차이즈 사업은 게임장이었다. 대리점 근처의 한 전자오락실이 소자본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을 보고 성공을 직감했다. 일본에 직접 가서 게임기 시장조사도 한 뒤 1997년 게임장 프랜차이즈 ‘화성침공’을 론칭했다. 주 고객이 경기를 타지 않는 청소년인 데다 100% 현금장사인 덕에 외환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순식간에 가맹점이 300개를 넘어섰다. 이어 그는 음식점 프랜차이즈에도 눈을 돌렸다. ‘왕삼겹닷컴’이라는 톡톡 튀는 이름을 앞세워 삼겹살 프랜차이즈 사업이 생소했던 2000년 200여 개의 가맹점을 개설했다.

하지만 1년 만에 구제역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사업을 접어야 했다. 다행히 좌절은 길지 않았다. 대중적인 음식인 감자탕으로 종목을 바꿨고, 업계 최초로 묵은지를 결합한 새로운 감자탕 맛을 개발해 2002년 ‘행복추풍령 감자탕&묵은지’를 열었다. 2006년 제2 브랜드인 ‘행복추풍령 칼삼겹살’을 론칭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쇠고기전문점 ‘소가미소’를 시작했다.

최근 김 사장은 카페베네란 이름의 카페 사업에 뛰어들었다. 20~3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디저트 카페다. 그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전문 바리스타(커피맛 감별 전문가)가 개발한 커피를 곁들여 스타벅스 등 해외 브랜드와 정면 승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목표는 여전히 ‘돈’이다. “1000억원대의 갑부가 되고 싶다. 나뿐 아니라 직원·가맹점주도 부자로 만드는 사업가가 되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이를 위해 그는 본사 직원들의 연봉을 거의 매년 올려준다. 가맹점 종업원 자녀들의 학자금은 물론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 초·중·고생들에게도 장학금을 내놓고 있다. 회사 이름과 상호에 추풍령을 넣은 보답 차원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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