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죽은물 방류결정 환경부 존립근거 스스로 부인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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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환경부가 시화호(始華湖)의 오염된 물을 바다로 방류하겠다고 결정했다.환경기초시설이 완비되는 2000년대까지 정기적으로 방류와 바닷물 유입을 반복,희석에 의해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그러나 환경부의 이러한 발상은 정부의 환경행정 책임부서로서의 존립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올 4월 현재 시화호의 수질은 화학적 산소요구량이 평균 14.4이었다.이는 해수 수질기준 1급수 1의 14배,최하위 등급인 3급수를 무려 3배 이상 초과하는 것이다.이렇게 오염된 물을 바다로 다량 방류한다는 것은 바다를 쓰레기처리 장쯤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공업용으로도 쓸 수 없는 물을 8천만씩이나 시험방류라는 명목으로 내버린다면 비올 때 불과 몇의 폐수를 무단방류하는 양심불량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또 불과 40일에 걸친 시험방류와조사로 해수영향을 파악하겠다는 것도 무모하다.이 는 환경정책의기본원리인 생태학적 개념을 외면하는 처사다.시화호 물 방류에 따라 바닷물 속이나 해저에 사는 어떤 종류의 생물이 어느 정도피해를 보게 되고,그 결과 인근 바다 생태계와 자정(自淨)능력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이 짧은 기간에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8천만의 「시험방류」로 해양생태계가 교란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수산생물의 서식.양식.산란에 적합한 1급수 기준치를 14배나 넘는 오염된 물을 다량 방류하면 생물에악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수자원공사등 개발부처가 방류등 다급한 사정을 호소해도환경부는 원칙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시화호 물을 해수기준에 적합한 수준으로 사전 처리한뒤 방류해야 당연하다.수중폭기(水中曝氣)를 하든,이동식 폐수처리시스템을 동원하든 합 법적 처리를 하는 것이 바로 정부의 「환경복지구상」중 첫번째 원칙인 「정부솔선수범의 원칙」을 지키는 길이다.
삶의 질을 높인다는 국정운영 기본원칙마저 행정관료들의 편의주의에 의해 무시되는 현실에서 국민은 무기력과 패배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말없는 국민들의 이 처연한 가슴을 달래주기 위해서는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온 수자원공사와 농어촌진 흥공사,환경관료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함께 본래의 업무를 도외시하고 수익사업에 눈이 어두워 환경파괴를 조장하는 국영기업체의 존재 필요성에 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김상종 교수 서울대 미생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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