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선지방자치1년>2.경영마인드 쌓는 단체장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전북정읍에서 단무지와 장아찌 제조업을 하고 있는 황완열(黃完烈.64.여)사장.
黃사장은 지난해 9월 유종근(柳鍾根)전북도지사와 함께 뉴욕을방문했다.黃사장은 도내 10개 농산물가공업체 대표와 함께 열흘동안 해외직판장운영,바이어상담회와 투자유치회를 가졌다.
『과연 단무지를 미국에서 얼마나 팔 수 있을까』하는 우려때문에 참가 자체조차 망설였던 黃사장은 현지판매 1천3백만원,계약금액 2억원이라는 대성공에 환호성을 올렸다.11개 업체의 성과또한 1억2천만원 판매,12억원상당 계약체결이라 는 놀랄만한 것이었다.
깃발들고 여행객을 이끄는 여행가이드마냥 땀을 뻘뻘 흘리며 동분서주하는 柳지사에게 참가자들은 『전북 최고의 세일즈맨』이라는찬사를 보냈다.
黃사장은 『관청이 기업해외진출의 물꼬를 터준다는 것은 민선 자치단체장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말한다. 경북예천군 권상국(權相國)군수는 직접 광고모델로 출연,지방 특산품을 홍보하는 TV광고를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내보냈다.
예천의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을 자랑하고 여기서 생산되는 참기름.청결미.한우고기.도라지넥타등을 소개한뒤 군수가 나와 『품질을 보증한다』고 약속하는 내용이다.그후 실제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미개발 해외시장을 개척하라.』 어느 대기업의 캐치프레이즈가아니다. 기업인 출신 김혁규(金爀珪)경남도지사가 지난해 도청에서 자체적으로 무역회사(경남무역)를 설립하면서 제시한 지상과제다.이 회사는 도내 중소기업들의 수출업무를 대행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터키.중국등 13개국과 거래해 88억원어치를 수출했고 수수료수입으로 이 회사도 4천8백만원의 순수익을 냈다. 이처럼 다양한 「경영행정」이 민선자치 이후 지방자치단체에 도입되고 있다.
충남보령시는 대천해수욕장에 있는 진흙으로 화장품원료를 만들어팔고 진흙마사지센터를 운영하는 수익사업에 착수했다.연간 5억7천여만원의 순수익을 겨냥하고 있다.
감량경영.시(時)테크.리엔지니어링.고객만족경영….자치단체 공무원들은 『기업에 있는 친구들로부터나 들을 수 있었던 단어들이이제는 우리들 입에서 거침없이 튀어나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종로구청 회의실.
국.과장회의를 주재하는 정흥진(鄭興鎭)구청장은 회의장에 들어서자마자 탁자위에 놓여있는 모래시계를 뒤집어놓는다.매번 회의안건에 따라 30분짜리와 1시간짜리 모래시계가 선택된다.참석자들은 모래시계속의 모래가 다 내려가기 전에 회의를 끝내기 위해 핵심사항만 요약 보고,논의한다.
이전에는 회의에 2시간이상 걸렸다.나머지 시간은 구민들에 대한 행정서비스에 투자한다는 것이다.시(時)테크 개념의 도입이다. 이밖에 강원도.경기도.인천시등은 지방 일간지등에 전에 없던이미지광고를 내 기업이나 관광객 유치등을 겨냥하는 변모도 보이고 있다.
내무부 권형신(權炯信)지방재정경제국장은 『자치단체도 이제 하나의 법인인 만큼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영기법의 도입이 불가피하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박동서(朴東緖)행쇄위위원장은 『지금껏 예산을 쓰기만 한 관청이 하루아침에 비즈니스마인드를 갖기는 어려운 만큼 수익사업은 민간기업에 맡기고 관은 지원만 해주는게 좋을 것같다』고 지적했다.
김현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