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용자 ‘보금자리론’ 못 갈아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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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은 앞으로 주택금융공사의 장기 고정금리 대출인 ‘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탈 수 없다. 주택금융공사는 11일부터 보금자리론의 대출 대상을 제한키로 했기 때문이다. 제한 대상은 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을 다른 대출로 바꾸려거나, 전세를 준 주택에 본인이 입주하려거나, 이미 집이 있고 새 집을 구입해 1년 안에 있던 집을 처분하려는 경우다. 결국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집을 새로 구입하는 무주택자로 한정된다.

주택금융공사는 갈수록 느는 공사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제한을 두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하면서 조달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높아지는 바람에 역마진을 보고 있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대출을 하면 할수록 손실이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4766억원인 자기자본도 연말께엔 4000억원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정부와 공사는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정상적으론 대출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무주택자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그대로 두는 대신 대출 대상을 한시적으로 제한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출 갈아타기나 전세자금 반환,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대출은 전체 보금자리론의 20% 미만”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보금자리론의 금리는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공사가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의 가산금리 등을 더해 결정된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5월 초 연 4.98%에서 이달 5일 5.88%로 0.9%포인트 치솟았다. MBS 가산금리도 지난 3월 말 0.43%포인트에서 지난달 말 1.63%포인트로 상승했다. 이 둘을 더한 금리만 연 7.5%가 넘는다.

반면 보금자리론 금리는 대출 기간에 따라 연 7.25(10년)~7.50%(30년)다. 4월 말 이후 0.25%포인트 인상되는 데 그쳤다. 공사 측은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좋아져 자금 조달이 수월해지면 갈아타기용이나 전세자금 반환용 대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은행권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크게 상승함에 따라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금자리론 대출을 제한하는 것은 이들에게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것과 같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은행권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번 주 기업은행의 변동형 금리는 연 6.71~8.21%, 우리은행은 연 6.99~7.99%다.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지난 6월 말보다 0.7%포인트 정도 높다. 고정형 대출금리도 오름세다. 국민은행의 이번 주 3년 고정금리형 금리는 연 7.94~9.44%, 신한은행의 경우 최고 금리가 연 9.64%에 달한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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