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몇 안남은 투자적지 메콩강 유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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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티베트고원에서 시작해 중국 윈난(雲南)성을 거쳐 미얀마.라오스.태국 국경을 따라 흐르다 캄보디아를 가로질러 베트남에서 삼각주를 형성한뒤 남중국해에서 끝나는 메콩강.총길이 4천2백㎞의동남아시아의 젖줄.「GMS(메콩강유역)프로젝트」 는 이 강을 끼고 있는 6개국을 개발,유럽연합(EU)과 같은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시켜 21세기 아시아의 중심으로 부상시킨다는 야심찬 청사진이다.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구성한 한.메콩강투자사절단이 최근 현지에서 벌인 GMS지역 투자조사활동 을 동행취재했다.
식민지배와 내전,사회주의체제 아래 경제난(難)등이 점철돼 경제적으론 시간이 멈췄던 지역 인도차이나 반도.
이들 GMS국가들에도 개발의 시계바늘이 돌기 시작했다.
GMS 6개 나라는 편의상 태국.윈난성(중국).베트남의 3강(强)과 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의 3약(弱)으로 양분된다.
이들 6개국 연합으로 구성된 메콩강위원회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유엔개발계획(UNDP)의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약1백여개의 프로젝트에 걸쳐 총4백억달러(약32조원)의 투자를 꾀하고있다.우선 향후 10년간 1백50억달러(약 12 조원)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유럽.일본.호주등도 관심을 갖고 일부 사업에 참여하거나추진중에 있다.우리나라는 지난 3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국가적 차원의 참여」를 결정함에 따라 이 지역 진출이 본격화됐다.
베트남은 GMS국가들중 가장 큰 잠재력을 지닌 나라.
공항에서 하노이 시내로 연결된 왕복4차선 고속도로는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뒤섞여 인상적이다.여기저기에서 올라가고 있는 신축건물,거리의 자판에 진열된 초코파이.2차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폭탄의 30배가 넘는 폭탄을 베트남에 퍼붓고도 실 패했던 자본주의가 이젠 하노이 구석구석까지 깊숙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듯했다. 86년 도이모이(시장경제도입)정책 이후 베트남은 지난해말까지 총1백83억달러(약 14조6천억원)의 외국인 자본유치에 성공했다.
베트남은 GMS사업을 통해 중국.라오스.캄보디아를 자국경제의배후지역으로 연계,이익을 얻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투자계획청(MPI) 보 홍 푹 차관은 『외국인 투자의 유치를 위해 여러가지 법.제도 정비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라며 『협력사업에 대한 토지 무상제공,통화교환 보증등이 올 연말 국회를 통과할 예정인 외국인투자법에 포함될 것』이라 고 말했다.
3약 국가중 우리기업들이 가장 큰 관심을 표명하는 나라가 미얀마다.천연자원과 인적자원이 6개 GMS국가중 제일 풍부하기 때문이다.정치적 민주화가 정착되지 않아 80년대 중반이후 선진국의 원조자금이 중단됐다는게 최대 걸림돌이다.그러 나 향후 정치적 변화와 관계없이 경제개방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외국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얀마 정부가 한국기업들에 투자를 요청하는 분야는 철강과 시멘트.불모지대에 가까운 사회간접자본(SOC)건설을 위해 최우선사업으로 선정해 놓고 있다.
GMS국가중 내륙에 위치한 라오스는 태국.베트남등을 잇는 국가간 연결의 핵심지역이다.
메콩강 상류에 위치해 풍부한 수자원을 확보,수력발전분야가 유망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국내기업으로는 대우가 1백50㎿급 후이호 수력발전소 건설에 참여,공정 50%가량의 진척을 보이고 있다.이밖에 동아건설의 4백30㎿급 발전소 건설등 24개 수력발전계획이 진행중이다.
생산되는 전력의 대부분을 태국등 인근국에 수출할 수 있어 자금회수가 다른 사업에 비해 확실하다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최근 한국과 수교를 맺은 캄보디아는 크메르 루주 집권기간중의경제정책 실패로 95년말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2백52달러의 최빈국이다.
프놈펜 포첸통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4차선도로는 다니는 차가 없어 한산하다.간혹 보이는 차는 거의 일본차.캄보디아에서는자동차란 말이 아예 「도이요타」로 불리고 있다.번화가로 들어서자 한국자동차 대리점 한곳이 눈길을 끈다.인구 1천만명의 캄보디아는 시장규모가 적어 자체수요를 겨냥한 투자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들은 세계7대 불가사의중 하나로 불리는 앙코르와트 유적지등 풍부한 관광자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유휴농지가많아 평균 80년 무상임대 조건을 제시하는 농업투자도 관심분야다.내년부터 일본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자금 차관 공여가재개,해외자금 유입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박수환(朴秀煥.LG상사 사장)사절단장은 『GMS사업중 가장 중심이 되는 분야는 운송.에너지.통신이며 이중에서도 우리기업이참여하기에는 수력발전소.도로.통신이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메콩강유역 국가의 대부분이 시장경제 진입의 초기단계로 법과 제도가 미비한 상태이고 대부분의 사업이 건설후 운영.인도(BOT)방식이어서 자금회수 기간이 길다는 문제점이 있다.
여기에 기본 인프라와 금융제도가 낙후돼 있어 사업진출에 더욱어려움이 예상된다.이같은 애로사항에도 불구하고 메콩강유역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미개발지며 향후 발전 여지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우리기업들이 시장선점에 생각이 있 다면 더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어 보인다.
비엔티안(라오스)=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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