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용천역 폭발 참사] "용천 환자 단둥까진 안 실려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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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국제사회에 문을 연 느낌이다. 전 세계에서 온 구호물자가 북으로 가기 위해 단둥(丹東)으로 모여들고 있다."

지난 26일 중국 단둥에 파견된 기독교 구호단체 월드비전의 이주성(36) 북한사업팀 과장은 27일 본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단둥 제2병원에서 용천 폭발사고 환자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중국 세관 등을 통해 확인해 보니 중국으로 이송된 환자는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탈북사태 같은 특이한 상황도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李과장은 이날 북조선민족경제인협력연합회 베이징 대표부가 요청한 모포 5000장을 10t 트럭 두대에 나눠 싣고 북한 세관을 통해 용천에 전달했다. 용천에 직접 가고 싶었지만 북한 측의 거부로 입국이 좌절됐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구호물자가 처음으로 압록강 건너 북한에 지원됐다는 내용만 크게 다룰 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李과장은 "용천에 형제나 친척을 둔 조선족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압록강 건너 불구경하는 신세'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단둥에 파견돼 있는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의 서길문(56.가명)씨는 27일 "북한이 국제사회에 도움을 먼저 요청하기는 사실상 처음"이라며 "한국 및 국제 비정부기구(NGO)에서 보내온 구호품들이 속속 단둥에 도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7년 전부터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徐씨는 "가장 시급한 것이 응급의약품이지만 국제사회에서 많이 보내와 오히려 생필품이 더 필요한 것 같다"며 "용천 환자들은 주로 신의주로 이송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구호물품 지원을 돕는 한편 한국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용천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고란.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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