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나오는 위기설 … 관리 못하면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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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제 위기설이 터져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 시절엔 임기 말 위기설이 만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야당인 한나라당의 경제 위기설 공세에 시달렸다.

정권은 달라도 위기설을 대하는 정부 측의 반응은 대부분 일치했다. 우선은 위기설의 실체를 부인하는 것이다. 이번 위기설에 대응하는 이명박 정부의 기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 위기설이 정권 위기로=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의 경제 위기설은 실제 환란으로 이어졌지만 노무현 정부 땐 경제 위기가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 위기를 부인한 두 정권은 모두 정치적으론 큰 위기를 맞았다.

YS 임기 막바지인 1997년 11월 21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 외환위기는 현실이 됐다. 한국은행은 그해 초 한보 부도 사태 이후 이미 위기의 징후들을 예고했었다. 그러나 당시 강경식 경제 부총리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튼튼하다”며 위기설의 확산을 차단했다.

결국 그해 12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의 최대 이슈는 ‘경제 파탄 심판’이었고, 한나라당은 정권을 내줘야 했다. 요즘 한나라당이 공격하는 잃어버린 10년의 출발이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야당인 한나라당이 “좌파적 정책 때문에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었다”고 정부를 공격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6월 17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 “결코 경제 위기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탄핵 심판으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는 50%대의 지지율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경제 위기가 아니다’는 발언은 경제 현장에서 고통을 겪던 민심의 이반으로 이어졌다. 이후 지지율이 15%가량 빠지며 30%대로 급락했다.

당시에도 주가·환율 등 각종 객관적 경제 지표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피부로 실물 경기의 흐름을 느끼는 국민들에게 노 전 대통령의 말은 ‘오만’으로만 받아들여졌을 뿐 먹혀들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이후 임기 말까지 낮은 지지율로 어려움을 겪었다.

◆“중요한 건 국민 신뢰”= 최근 위기설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과거와 비슷하다. 한승수 총리는 지난 3일 위기설에 대해 “뜬소문”이라고 일축했다. 2일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쇠고기 파동 때와 같은 잘못된 정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씻겨지지 않고 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객관적인 경제 수치를 들이미는 것보다 국민들의 정치적 신뢰가 정부엔 더 중요하다”며 “문제는 현 정부가 자꾸 위기가 아니라고 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뭔가를 감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계속해 정권의 신뢰성이 떨어져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여당 내에선 “인정할 건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자”는 얘기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4일 “당장은 경제 위기가 아니지만 경제 회복을 위해 이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들의 실망이 커진 건 사실”이라며 “차라리 정부가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진솔하게 털어놓고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호소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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