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부터 매체 겸영 논의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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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4일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업무보고에 참석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右)과 함께 간담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4일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은 규제 완화, 일자리, 세계화, 경쟁, 콘텐트 진흥 등의 키워드로 채워졌다. 방통위가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보고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라고 주문했다. 이날 방통위는 그간 민감한 주제라는 이유로 언급을 피해온 신문과 방송의 겸영 정책을 정면 거론했다.

◆“한국에서도 글로벌 미디어 기업 나와야”=이날 대통령이나 방통위 모두 ‘미디어 기업의 세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방통위는 ‘방송 서비스 시장 선진화’란 항목에서 “엄격한 소유·겸영 규제로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M&A)에 의한 성장이 제한돼 있는 게 현실”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에서는 M&A를 통해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IPTV(인터넷 TV)만 예로 들더라도 정치적 이유로 5년쯤 늦어져 주춤하는 사이 미국과 일본 등이 앞서 갔다. 대통령의 ‘세계적 미디어 기업’ 언급은 그런 경험과 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이 ‘미디어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세계 기준에 맞지 않는 규제나 이데올로기 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매체 겸영 논의는=최시중 방통위원장이 7월 초 ‘하반기 정책 운용 방향’을 밝힐 때만 해도 신문·방송 겸영 부분은 들어 있지 않았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국회 등에서 매체 겸영 논의가 활발한데 정책 주무기관이 계속 침묵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말로 달라진 기류를 설명했다. 방통위는 이날 “범위와 시기는 여론 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미디어 업계에선 사실상 신문·방송 겸영 추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황부군 방송정책국장은 “뉴미디어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우선 종합편성과 보도채널로 한정했다”고 말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지상파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같은 것은 있지만 구체적인 스케줄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주도해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 미디어렙 등 기타 쟁점도 많아=민영 미디어렙(광고판매 대행사) 도입도 광고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문제는 MBC 정체성과도 연결돼 있는 대목이다. 공·민영 성격이 혼합된 MBC의 경우 수익이 더 날 수 있는 민영 쪽으로 옮길지, 공영적 체제에 남을지 결정해야 한다. 방통위는 또 일부 통신사업자 등이 사용 중인 800㎒와 900㎒ 대역의 우량 주파수를 회수해 내년 중 신규 사업자에게 우선 배분하고, 디지털 방송 전환으로 남는 주파수도 신규 서비스에 돌리기로 했다.  

이상복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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