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세제 개편안 … 증시 반응 3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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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정부의 감세안에 대한 2일 주식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29포인트(0.52%) 떨어진 1407.14로 마감했다. 경기가 나빠도 잘 버티는 전기가스·통신 업종만 올랐을 뿐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얘기가 좀 다르다. 혜택이 기대되는 업종과 손해를 볼 업종이 엇갈린다.

기대  “내수주, 감세로 연 2조5000억원 소비 늘 것”

 


정부가 세금을 깎아준 것은 경기 부양을 위해서다. 세금 낼 돈으로 소비·투자하라는 의미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민간의 가처분 소득이 연간 3조6000억원 정도 늘 거라고 보고 있다. 물론 사람들이 이 돈을 다 쓰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위원은 “가계 소비 성향을 고려할 때 연간 2조5000억원 정도 소비가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지난해 신용카드 결제액 254조원의 1%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투자 심리에 미칠 영향은 긍정적이다. 올해 들어 국내 경기 둔화로 외면받았던 유통·카드 등 내수주를 다시 볼 계기가 생겼다는 뜻이다. 유통 업종 중에선 생필품 위주의 할인점보다 부유층을 상대하는 백화점의 혜택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실망  “건설주, 대출 완화 등 집 살 사람 유인책 없어”

 


2일 거래소 건설업종 지수는 2% 넘게 빠졌다. 부동산 양도세 인하와 보유세 완화가 호재로 작용하지 못한 것이다. 양도세를 내리면 세금 부담으로 집을 못 팔던 사람이 집을 내놔 거래가 활발해진다. 문제는 살 사람에 대한 유인책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동부증권 홍서연 선임연구원은 “수요 없이 매물이 늘어날 경우 되레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도세 면제 거주요건이 강화된 것도 부담이다. 지방 미분양 주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조윤호 연구위원은 “건설사의 숨통을 틔워주려면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하지만 앞으로 나올 대책에서도 이 부분을 기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주도 떨떠름하긴 마찬가지다. 한때 증권거래세가 인하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지만 이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증시 사정이 워낙 나빠 세금을 깎아줘 생긴 가처분 소득이 증시로 들어올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힘들다.

패닉  “카지노, 눈덩이 세금 … 목표주가 줄줄이 하향”

강원랜드·파라다이스는 2일 함께 하한가로 추락했다. 정부가 카지노 사업자에 대해 매기는 세금을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순매출의 1~10%를 내던 관광진흥개발기금 대신 순매출의 20%를 개별소비세로 거둬가기로 한 것이다. 주요 증권사는 강원랜드의 내년 주당 순이익 전망치를 20% 안팎씩 깎으며 목표 주가도 줄줄이 내렸다. 삼성증권은 “투자 매력이 소멸됐다”는 표현까지 썼다. 우리투자증권 이왕상 연구위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며 “특히 파라다이스는 올 상반기 적자까지 낸 상태여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품 경매업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판매가 4000만원 이상의 미술품에 대해 2010년부터 개인이 팔 때도 차익이 생기면 세금을 매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유일한 상장사인 서울옥션은 전날 하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2일에도 4.16% 떨어졌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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