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alkholic과 함께 걷는 서울성곽 한바퀴 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천하의 임꺽정도 오간수문으로 서울을 드나들었다네

조선 태조가 한양 천도이후 도성 안팎을 경계하고 외적을 막기 위해 쌓기 시작한 서울성곽은 이후 세종과 숙종 3대에 걸쳐 완성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남산・낙산・인왕산・북악산 등 서울을 감싸 안은 네 개의 산과 흥인지문(동대문)・돈의문(서대문)・숭례문(남대문)・숙정문(북대문) 등 4대문, 혜화문(동소문)・광희문(시구문)・소의문(서소문)・창의문(자하문) 등 4소문을 연결하는 서울성곽은 그 둘레만도 18.2km. 그런데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 등을 거치면서 훼손되고 소실돼, 그나마 옛 모습을 되찾은 구간은 현재 10.5km뿐이다. 이에 워크홀릭은 끊어지고 소실된 서울 성곽을 찾아 이어가며 600년 고도(古都)의 역사를 걷기로 한다. 서울성곽 답사는 흔히 동대문이라 부르는 ‘흥인지문’에서 시작한다.

■ 흥인지문~오간수교~동대문운동장~광희문~신라호텔

1호선 동대문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대로변 한가운데 오롯이 선 흥인지문이 보인다. 사방에서 달리는 차들로 인해 흥인지문 가까이 접근하기란 조금 위험해 보인다.

동대문역에서 바라본 흥인지문. 반원 모양의 옹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서울성곽 8개의 문 가운데 동쪽에 있는 문, 흥인지문은 우리나라 보물1호이다. 숭례문 참사 이루 서울성곽 4대문 중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돼 있는 문이기도 하다. 성문 앞에는 반달모양의 옹성이 둘러져 있는데 이 또한 성문 중 유일한 형태로 조선 후기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 다른 대문의 편액이 모두 3글자임에도 흥인문만 흥인지문(興仁之門)이라고 해서 굳이 '之'라는 글자를 덧보태 4글자로 만들었다. 이는 흥인문이 성을 쌓을 때부터 지형이 낮고 습해서 지세를 보하고자 산맥형상의 '之'자를 덧붙였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풍수지리설에 근거, 동쪽에 큰 산이 없어 지세가 기운다고 하여 ‘지’자로 보충했다고도 한다.

흥인지문을 지나 동대문운동장 방향으로 걷다보면 청계천과 청계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오간수교가 나온다. 난간이 성벽 모양으로 만들어진 이 다리는 동대문 패션타운을 오가는 사람들로 종일 복작대 다리인 줄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성벽모양의 난간이 오간수교가 옛 성곽이 지나던 자리였음을 알려준다.

사실 이곳은 동대문과 남산을 잇는 서울성곽이 지나가던 자리였다. 그리고 청계천 물줄기 위로 오간수문이 세워져 있었다. 오간수문은 성곽을 쌓아가던 중 청계천 부분에서 성 내외의 틈이 생기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세운 수문(水門)이다. 즉 서울에 성곽을 쌓으면서 청계천 물이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다섯 개의 아치형으로 된 구멍을 만들었고, 그 위로 성곽을 쌓아 올린 것이다. 아치 모양의 구멍들을 장대석으로 연결해 성벽 안쪽으로만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이 오간수문은 물길이 잘 빠져가기 위해 가설한 것이지만 비밀스러운 통로로 이용되기도 했다. 도성 안에서 죄를 지은 자가 도성을 빠져 달아나거나 밤에 도성으로 잠입하는 이들이 이 수문을 주로 이용했다. 명종 시절,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임꺽정’의 무리들도 도성에서 전옥서를 부수고 도망갈 때 오간수문을 통해 빼져나갔다고 한다.
이 역사적 명물은 1907년 일제가 청계천 물 흐름을 원활히 한다는 미명 하에 완전히 헐어버렸다. 이후 콘크리트 다리로 교체되었다가 청계천 복개 때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현재는 오간수교 옆으로 청계천 복원 공사 때 재현해 놓은 오간수문을 볼 수 있다. 오간수교 왼쪽의 계단을 내려가면 청계천 옆으로 옛 형태의 5개 수문과 무지개 모양의 아치가 재현돼 있다. 청계천 오간수교를 지난 성곽은 동대문운동장 한가운데를 지나 광희문으로 이어진다.

오간수교 아래 청계천 물줄기와 나란히 옛 형태의 오간수문을 재현해 두고 있다.

오간수교을 지나면 신평화시장과 동대문야구장, 바로 옆으로 동대문운동장이 나온다. 현재 동대문야구장과 동대문운동장은 철거되었다. 철거된 자리에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가 조성될 예정이다. 2010년 쯤 이곳에선 전시・컨벤션홀과 시민공원, 복원된 성곽 등을 볼 수 있다. 길 맞은편으로는 평화시장과 대형 쇼핑몰 등의 동대문 패션타운이 이어진다. 거리마다 내・외국인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동대문 패션타운의 자세한 정보는 다음의 기사를 참고하면 좋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가 들어설 동대문운동장. 건너편으로 동대문 패션타운 거리가 펼쳐진다.

공사 중인 동대문운동장을 지나, 길 끝에서 동대문운동장을 끼고 왼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서울메트로 동대문별관과 마주한다. 좌측 대로변 건너편으로는 스포츠 전문 매장이 쭉 이어진다. 서울메트로 동대문별관에서 더 걸어 나가 동대문운동장역 2번 출구를 지나면 한양 중・공업고등학교가 나온다.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 오른쪽에 서울성곽 4소문 중 하나인 ‘광희문’이 보인다. 바로 광희문으로 오자면 지하철 2・4・5호선 동대문운동장역에서 3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광희문

조선 태조 5년 때 건립된 광희문은 시체가 드나드는 문이라 해서 속칭 시구문이라고도 불렸다. 허물어져 홍예만 남아있던 것을 1975년 현재와 같이 개축하였다. 광희문 왼쪽으로 100여 미터의 성곽이 복원돼 있다.

잿빛의 성벽과는 달리 새하얀 문루가 세월의 간극을 보여준다.

광희문 앞에서 왼쪽의 광희문 교회 방향으로 쭉 걸어 올라가다보면 신당약국이 나온다. 신당약국을 끼고 우회전해 들어가면 주택가 사이로 신당동 성당 표지판이 나온다. 표지판을 따라 10여 분쯤 올라가면 신당동 성당이다. 성당길 골목 곳곳에서 주택가 축대로 사용되고 있는 성곽을 흔적을 볼 수 있다. 한 주민의 말에 의하면 성벽위로 집을 짓고 산 이곳을 ‘사이렌 마을’이라 불렀다 한다. 민방위 훈련 때 높은 지대에 자리한 이 마을에서부터 사이렌을 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느 땐가부터 사람들은 성벽을 축대 삼아 그네들의 터를 만들었다.

신당동 성당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동호로가 나온다. 동호로 왼쪽으로는 약수역 방향, 오른쪽으로는 동대입구 방향이다. 동호로 건너편으로 신라호텔이 보이고, 서울 성곽이 다시 이어진다. 흥인지문에서 이곳 장충동 동호로까지는 1시간에서 1시간 30분정도 걸린다.

(계속)

워크홀릭 담당 기자 최경애 doongj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