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協,의학용어 남북차이 4년간 1만2천단어 비교 책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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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통일후 남북한 의사가 한 병원에 근무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비상사태(응급)로 온 환자가 피오줌(혈뇨)을 싸 콩팥피줄조영법(신혈관조영술)을 해보니 만성토리체콩팥염(만성사구체신염)으로 나왔시요.콩팥맥없기(신부전)는 단물약(시럽)이나 알약(정제)등 약주기(투약)만으로는 치료가 어렵고 피스밈가 르기(혈액투석)나 콩팥나눠심기(신장이식)를 우선 해야갔시요.』 이쯤되면 영어와 일본식 한자용어에 익숙한 우리 의사들은 어리둥절해진다. 대한의사협회 남북한의학용어 비교위원회(위원장 鄭仁赫 연세대의대교수)는 92년부터 4년간에 걸쳐 북한의 조선말대사전과 의학관련 서적 44권을 분석,1만2천여개의 북한의학용어를 집대성한 『남북한의학용어집』을 최근 출판했다.같은 의미의 남북한 의학용어를 함께 수록한 이 책에 의하면 북한 의학용어는 우리말로 많이 다듬어져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나,토박이 말이 지나치게 응용돼 해석이 안되는 면도 있는 것이 특징.
예컨대 미숙아는 달못찬아이,부목은 덧대,흉강내시경은 가슴안보기로 표현해 이해가 쉬웠으나 소양성발진은 가렴돋이,담낭은 열물주머니,염색체는 물들체,자궁은 알집,단백질은 계란소,대장은 굵은 밸,S자결장은 ㄹ자 불룩밸,명의(名醫)는 치나 이로 한 부분에선 우리말식 번역이 오히려 뜻을 어렵게 했다.
특히 로동능력감정.로동생리학 같은 단어는 노동에 대한 의학분야가 중시되고 있는 것을 암시한 반면 자기공명영상촬영술(MRI).레이저등 첨단기술을 상징하는 용어가 없어 의학수준의 낙후성을 드러냈다.
鄭교수는『남북한용어 비교작업은 통일후 언어의 통일이라는 면에서 중요성을 갖는다』며 『국가적인 말다듬기 운동으로 만들어진 북한용어는 다소 어색하지만 전문용어의 한글화작업에는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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