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중국핵실험 非核추세에 찬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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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국이 8일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로프노르 핵실험장에서 올 들어 첫 지하 핵실험을 실시했다.1964년 이래 통산 44번째의 핵실험이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협상이 지난달 제네바에서 재개돼 CTBT의 조기체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시기인 만큼 중국의 핵실험은 국제사회의 따가운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중국은 지금도 핵공격 위협에 노출돼 있다』『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일본과는 입장이 다르다』『미국.러시아와 비교하면 중국의 핵실험 횟수는 압도적으로 적다』 등등 중국측 논리는 익히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중국측의 일방적인 얘기에 불과하다.
국제사회는 지금 진지하게 핵군축과 핵실험금지 실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중이다.곧바로 전면 핵폐기로 내닫기는 어렵지만 가능한 것부터 한 발짝씩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같은 시기에 미국과 러시아에 힘으로 대항한다는 명목으로 실시되는 중국의 핵실험 및 개발을 인정하면 「다 된 밥에 재뿌리는 꼴」이 되고 만다.게다가 핵을 갖고 싶어하는 비(非)핵보유국의 핵개발을 부추겨 국제사회가 일제히 핵개발 쪽 으로 치달을우려도 있다.이제 겨우 자리를 잡기 시작한 핵무기 비확산체제도무너지고 만다.중국이 만약 핵공격 위협을 감지하고 있다면,이를약간이라도 줄이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인가에 대해 국제사회에 더 진지하게 호소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구체적 제안을 해 온다면 국제사회도 귀를 기울일 것이분명하다.중국은 미국에 양국간 핵무기 선제(先制)불사용 협정을체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미국이 응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측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하지않을 수 없다.
중국은 지금까지 CTBT협상 석상에서 지하자원 개발과 댐 건설공사 등을 위한 평화적 핵폭발(PNE)은 조약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해 CTBT 조기체결의 걸림돌이 돼 왔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6일 제네바회의에서 평화적 핵폭발을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철회하는 대신 이를 CTBT조약 체결 후의검토과제로 삼자는 양보안을 제시했다.이 제안 직후 핵실험을 실시한 중국측의 경직된 대응은 여하튼 유감이다.일 본은 이미 지난해 중국의 핵실험에 대한 대항조치로 무상원조를 원칙적으로 중지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중국에 정부개발원조(ODA)를 제공해 왔다.
앞으로도 환경 및 식량분야 등에서 새로운 대중(對中) 원조수요가 생겨날 것이다.
중국이 핵실험을 실시할 때마다 일본정부는 주일(駐日)중국대사를 불러 엄중히 경고하는 등 항의를 반복해 왔지만 중국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잇따른 핵실험으로 일본 내의 대(對)중국여론이 악화되고 있다.중국의 핵실험은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정리=이철호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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