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만불시대 입맛 맞춰 고급화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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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한봉지에 1천2백원짜리 라면, 한병에 6백원짜리 요구르트,오크통에서 숙성시킨 1천4백원짜리 소주….최근들어 품질과 가격을파격적으로 높인 가공식품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존 제품보다 2배이상 비싼 이른바 「1만달러 시대의 상품」들은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일으키며 빠른 속도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서민층은 기존의 싼 제품을 쓰면 되고 돈있는 사람은 보다 질좋고 비싼 제품을 골라서 쓸수있는,소 비의 양극화(兩極化)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소주.우유.라면.조미료 등 가공식품에서부터 세제류의 생필품까지 프리미엄급이라는 이름의 제품들이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올해초.시장상황 변화에 민감한 제조업체들이 서둘러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고급제품 개발에 나서면서 부터다.
맨먼저 프리미엄급 바람을 일으킨 소주의 경우 보통 7백원 안팎의 소주시장에서 보해가 이보다 2배나 더 비싼 김삿갓을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이에 뒤질세라 진로(참나무통 물좋은 술)와 경월(청산리벽계수)도 이달중 각각 1천4백원대의 프리미엄급 고가(高價)소주를 각각 내놓을 계획이다.
우유업계도 고급시장이 점차 확대되면서 남양유업이 기존의 3백원대(1백80㎖) 일반제품을 비웃기라도 하듯 4백원대의 아인슈타인 고급우유를 출시했고,뒤이어 매일유업도 최근 1등급이라는 고가우유를 내놓았다.또 한국야쿠르트는 기존의 1백 원짜리 야쿠르트 대신 6백원대의 매치니코프를 내놓았고 남양등 경쟁업체들도고품질 제품을 속속 선뵈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일본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GNP) 1만달러돌파와 함께 엔고(高)가 가속화할 무렵인 84~85년 도쿄.오사카등지에서 나타났던 현상으로 GNP 규모가 비슷한 시점에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공식품의 고품질.고가 바람은 대표적인 서민식품인 라면도 예외가 아니다.라면업계는 제3세대 제품이라는 개념을 내걸고 고가품의 생라면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기름에 튀기거나 말리지 않은 농심의 생생우동,풀무원의 생생면,오뚜기식품의 옛날 소고기우동 제품이 기존라면(3백원대)보다 4배나 비싼 1천2백원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동서식품의 고급원두커피인 블루마운틴오리지널,LG화학의액상조미료.미시샴푸.울센스세제,롯데제과의 브레인껌.칙촉비스켓.
임페리얼아이스바,동양제과의 포카칩프리미엄.롤웨하스과자등은 기존제품보다 품질을 높여 가격이 최고 3배이상 비싼 제품들이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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