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서비스 실종 '둔감 정통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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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거 서러워서 일하겠나.』 지난 3일과 4일,개인휴대통신(PCS).주파수공용통신(TRS)등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을 위한 청문회가 열린 과천시주암동 통신개발연구원(KISDI)정문앞에서뙤약볕 아래 땅바닥에 앉아 기다리던 업계관계자의 푸념이다.
청문회장이 있는 통신개발연구원은 주택가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인 건물.보안을 이유로 굳게 닫힌 정문앞에서 업계관계자.취재진등 2백여명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반경 1㎞안에 변변한 식품점 하나 없어 물 한컵 제대로 얻어먹을 수도 없었다.
취재기자들은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노트북PC로 어렵사리 기사를 작성,정문수위실에 있는 전화기로 기사를 전송해야 했다.그나마 회선품질이 나빠 기사 한건 보내는데 30분씩이나 걸리기 일쑤였다. 일부기자들은 참다못해 자동차로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모 통신업체에서 기사를 보내기도 했다.
물론 재계가 온통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안이라 보안에 신경쓰일 거라는 사실은 이해가 된다.『취재진이나 업계인사들을 청문회장 근처에 접근시켰다가 만의 하나라도 잘못이 생기는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라는 반문도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업계가 가장 궁금해하는 사안중 하나가 청문위원 명단임을 고려한다면 첫 날은 보안상 협조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마지막날까지 확인에 진땀빼게 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해외동향분석 업무를 하고 있다는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 무역대표부(USTR)와 업계가 고도의 관.산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음을 예로 들며 『정통부의 고압적 자세에 사업도 시작하기 전 주눅부터 든다』고 털어놓았다.
이민호 정보통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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