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심상찮다>5.고삐 풀린 수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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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3월 주한 이탈리아 해외무역공사 주관으로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이탈리아 중저가 의류 전시회장.사흘동안 계속된 이 행사에는 국내 6백여 의류업체들이 발디딜 틈없이 몰려 공사측 직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한 공사측 관계자는 『행사에 참여했던 이탈리아 업체 가운데 80%가 행사 기간중 또는 나중에한국업체들로부터 수입 주문을 받았다』며 예상외의 호응에 본인도놀랐다고 한다.
과거에는 조지오 아르마니.겐조 등 외국의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초고가(超高價)의류가 주종이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홍콩.
이탈리아의 중저가 의류가 수입 의류시장을 휩쓸고 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만 해도 줄잡아 1백80여개.지오다노.개빈 등 홍콩 의류도 이미 대학가나 백화점에서는 대중적인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사치성 수입품도 최근들어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당 8천만원이 넘는 독일의 3천㏄급 BMW 승용차가 올들어지난 4월까지 4백22대나 팔렸다.작년 같은 기간 1백94대 밖에 팔리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약 2.2배 수준이다.
강남의 유명 골프상에는 한 세트에 수백만원씩 하는 골프채를 찾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영동에서 스키용품점을 경영하는 金모(36)씨는 『지난 겨울 살로몬.노르디카 등의 고급 스키가 하루에도 몇 세트씩 팔렸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들어 수출증가율은 급히 둔화되는데 비해 수입증가율은 계속 높은 수준이다.특히 소비재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 1~4월의 경우 소비재 수입증가율은 24.5%로 전체 수입증가율(16.2%)을 웃돌았다.모피의류(3백95%)를 비롯해 구두.스키용품 등 사치성 소비재 수입이 두드러지게 늘었다. 물론 시장 개방에 따라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무역적자가 지난 1~5월중 74억5천8백만달러에 달하는 등 국제수지 문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소비재 수입이 너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어쨌거나 이런 현상은 전처럼 정부가 앞장서 손을 대 바꿀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최근 나웅배(羅雄培)경제부총리는 『개방화.자율화 시대에 정부가 민간의 소비생활을 규제할 수도,규제해서도 안되는 만큼 국민모두가 소득에 걸맞은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정부의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결국 정부와 기업,국민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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