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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아’ 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생각을 바꾸면 스트레스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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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의 금메달, 내 일처럼 기뻤습니다. 함께 TV를 보던 엄마가 이런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요. “아유, 저런 아들 둔 엄마는 얼마나 행복할까? 잘 생겼지, 듬직하지, 돈도 잘 벌지…, 에휴.” 그리고 흘겨보는 시선, ‘올림픽 엄친아’의 등장입니다.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공부 잘하고 부모 말씀에는 무조건 순종한다는 무시무시한 존재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이제는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춘 사람을 지칭하는 일반명사로 쓰인다죠. 둘러보면 엄친아는 왜 그렇게도 많은지요. ‘올림픽 엄친아’에 대기업 사장 아들이라는 ‘연예인 엄친아’…. 그뿐인가요. 요즘 미스코리아대회에 나가려면 명문대 다니는 ‘엄친딸(엄마 친구 딸)’이어야 하나 봅니다. 멀리 있는 이들은 그렇다 치죠. 주변에 바글대는 엄친아들은 어떡하나요. 얼굴이 예쁜 데다 성격도 좋고 일까지 똑부러지게 해내는 ‘엄친아 동기’, 고속 승진에 부하 직원들에게 인기도 많은 ‘엄친아 팀장’까지, 서른·마흔이 되어도 새로운 장점으로 무장한 엄친아는 지칠 줄 모르고 나타납니다.

그렇다고 탄식만 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week&이 찾아봤습니다. 엄친아들의 틈바구니에서 내 식대로 행복해지는 방법 말입니다. 그런데, 엄친아들은 정말 행복할까요? 

글=이영희·이도은 기자

‘엄친아쯤은…’하고 무시할 만한 사람이 얼마가 될까. 또래의 완벽한 인간상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게 마련이다. ‘부럽다’하는 수준에 그치면 좋지만 일부는 심한 열등감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엄친아 스트레스’는 왜 생기고, 어떻게 이겨 내면 좋을까. 도움말=문요한·이나미 정신과 전문의, 최윤희 행복 전도사

그들도 열등감 있다

일단 열등감은 병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해 두자. 그것은 인간이라면 갖는 보편적 감정이다. 어른이 되면 스스로를 객관화해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에 오히려 열등감이 없다는 게 비정상적이다. 그래서 성인은 ‘어떤 부분에선’ 남보다 부족하다고 여기게 된다. 문제는 열등감이 부분적이냐 전체적이냐 하는 것. ‘엄친아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일수록 ‘나는 무엇이 부족해’라고 하기보다 스스로를 ‘결함투성이’라고 생각하는 전체적 열등감이 크다.

남들 눈엔 빠질 것 없는 엄친아도 열등감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똑똑한 연예인으로 알려진 가수 겸 배우 김정훈은 한 인터뷰에서 “천재 소리를 들을 만큼 뛰어난 형과 6촌 친척 등이 나에겐 엄친아”라며 “나도 그들 때문에 열등감이 많았다”고 밝혔다. 의대생 미스코리아였던 금나나도 최근 방송에 나와 비슷한 경험을 토로했다. 학창 시절 아이큐 콤플렉스에 시달렸고, 과학고에 진학한 뒤엔 성적 스트레스로 폭식증을 겪었다고 한다.

열등감 때문에 병원을 찾는 이들 중엔 정말 객관적 조건이 떨어지는 사람보다 기업체 임원, 전문직 종사자, 우등생 등이 많다. 다른 사람들은 친구도 잘 사귀고 운동도 잘하는 데 자신만 친구가 없다며 ‘나만 못났다’고 생각하는 고등학생, 우유부단하고 리더십이 부족해 팀장으로서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회사 간부도 있다. 이들 모두 주관적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경우다.

나도 애정 결핍?

‘엄친아’ 얘기만 나오면 유달리 민감해지는 사람, 그때마다 궁금하다. 왜 난 이렇게 열등감이 많을까. 정신학적으로는 부모로부터의 애정 결핍을 원인으로 꼽는다. 아이들은 언제나 자신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원한다. 하지만 자녀의 주문을 모두 들어주는 부모는 없다. 대신 ‘이러면 이렇게 해줄게’라는 조건적 사랑과 균형을 맞춘다. 하지만 조건적 사랑이 너무 큰 경우가 문제다. 아이가 어떤 기준을 충족하면 사랑을 베풀고, 그렇지 않을 땐 무관심·냉담·비난을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애정 결핍과 더불어 ‘내가 부족해서 부모가 날 사랑하지 않아’라는 열등감을 갖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누군가를 만족시키려고 계속 비현실적인 자아상에 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외에도 기질적으로 낯가림이 심하고, 자의식이 지나치게 높고, 완벽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도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다.

스트레스 없애려다 더 스트레스

인생의 단계마다 등장하는 ‘엄친아’를 일부러 외면할 필요는 없다. 열등감을 없애려는 노력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부른다. 비교 본능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난 이건 잘하고 이건 못해’라고 구분 지은 뒤 마음의 칸막이를 단호하게 치는 것이 낫다. 또 열등한 부분은 아주 구체적으로 다뤄야 한다. 가령 키가 작은 남자라면 ‘키 작은 나를 아무도 좋아할 리 없어’라고 하기보다 ‘난 보통보다 작은 1m62㎝야’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일단 바꿀 수 있는 건 바꿔 보자. 노래를 못하면 딱 두 곡만 열심히 배워 놓는 식이다. 단 스스로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무리 노력해도 평균을 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땐 에너지를 약점보다 장점에 투자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난 왜 이걸 못할까’라고 생각하면 해답이 없다.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어 놓을 뿐이다. 이보다는 해결 중심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난 왜 친구가 없을까’보다는 ‘어떻게 하면 친구가 생길까’라고 고민하는 것. 이 또한 노력과 훈련이 필요한 마인드 컨트롤이다.

주변 비교엔 확실한 의사 표시를

부모나 배우자가 ‘누구 집 누구는 이런데…’, 혹은 자녀가 ‘누구네 엄마는 이런데…’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이럴 땐 두 가지를 확실히 전달하자. 우선 비교로 인해 기분이 상했다고 확실히 표현하고, 그 다음엔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고 부탁하는 것. 예를 들어 ‘엄마 친구 딸은 OO대학에 들어갔는데 넌 성적이 그게 뭐냐’라고 할 땐 순간 화가 나더라도 이렇게 얘기해 보자. “엄마, 비교하면 난 더 힘들어. 엄마가 그럴 땐 공부할 마음이 더 사라져. 그냥 엄마가 ‘뭘 더 도와줄까’ 라고 지지해 주면 더 열심히 할 것 같아” 라고 말하는 식이다.

실전 극복법

예쁘고 학벌 좋은 직장 동료와 한 부서일 때 원망스럽다. 그의 인기에 주눅 드는 건 기본이고 부장의 ‘무조건적인 이해’도 원망스럽다. 이럴 때 비관은 독이다. 스스로에게 표창장을 줘라. ‘너 아까 상사의 차별대우에도 잘 참아냈어, 극기상’ 같은 식이다. 기죽지 말고 먼저 그 동료를 칭찬해 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OOO씨, 여자인 내가 봐도 참 멋져요.” 이렇게 말하며 열등감을 부숴 버린 자신을 기특해 해라. 외모가 전부인 시대는 지났다. 시대의 엄친아 강동원· 김정훈만큼 유재석·강호동도 뜨고 있다는 것을 명심할 것. 부잣집 며느리로 사는 동창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시댁에서 받는 게 있으면 의무도 많다. 친구 남편이 잘나간다지만 정작 아내는 외로울 수 있다. 해외 출장 못 가는 남편 구박하지 말고 ‘항상 함께해서 좋다’고 생각을 바꿔 보자. 매번 ‘내 팔자야~’하는 주부라면 남편에 의한, 남편을 위한 인생을 헌납하고 스스로의 인생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

‘엄친아 스트레스’는 남들과 같아지려는 집단화에서 비롯된다. 유행을 좇아 경매·와인을 공부하는 일도 한 예다.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을 누려 보자. 나이 들수록 그림·음악 등 혼자 즐기는 취미생활에 관심을 갖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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