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국생활 8년'체험기 펴낸 초등학생 윤수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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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리말도 잘하기 어려운 만 두 살에 미국에 건너가 8년 동안살다 온 어린이가 책을 펴내 화제다.최근 미국학교생활의 체험을담아 『맛있는 산수시간』이라는 책을 펴낸 윤수정(尹修.12.사진.경기도하남시 창우초등학교6년)양이 바로 화제 의 인물.
『수정이는 어려서부터 매일 이야기 한가지씩을 만들어 내는 게취미였어요.집에서는 우리말만 쓰니까 그런 이야기를 섞어 적는 일기도 자연스럽게 한글로 쓰도록 했지요.』 엄마 이상란(李相蘭.40)씨와 아빠 윤영민(尹英民.41.서울대지역종합 연구소 특별연구원)씨는 수정이의 「말」공부만큼이나 「글」공부에 공을 들였다.무작정 『써라』하기보다 그 날 있었던 일,같이 놀러 갔던장소에 대해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 뒤 그 내용을 적도록 했다.
갈등도 없지 않았다.「10월 30일」과 「Jan 1」이 번갈아 나오는 수정이의 일기장 10여권을 넘기다 보면 영어단어가 전면을 차지하는 몇 달 간이 나온다.수정이가 『영어로 쓰는 게더 편한데 왜 고생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한동안 한글을 쓰지 않겠다고 막무가내로 버텼던 것.李씨 부부는 한글쓰기의 당위성을 설명하기보다 이런저런 상(賞)을 주는 방법으로 유도한 끝에 한글일기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한국에 돌아온 뒤 학교 애들이 산수시간이 재미없다고 하는 것을 처음에는 이해못했어요.미국에서는 4학년 때까지 더하기 빼기 정도만 하는 데다 초콜릿이나 사과로 직접 계산하고 난 뒤 항상 그걸 먹었으니까 산수시간을 기다렸거든요.』 그래서 나온 책제목이 『맛있는 산수시간』.책 속에 연극연습.현장학습.친구 마리아 등 미국생활의 추억을 한껏 적어 놓은 수정이는 요즘은 영어를 잊어 버리지 않도록 미국에서와는 반대로 영어일기를 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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