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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교 준비중 "꽝"…학생 76명 참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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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국 신화통신은 북한 용천역 폭발 사고 이틀째인 지난 24일 현장을 처음 취재, 가장 피해가 컸던 '용천(북한 표기로는 룡천)소학교'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했다. 다음은 이 통신사의 평양 주재 특파원들이 전한 현장의 모습이다.

24일 오후 용천읍에 들어서니 매캐한 화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평양에서부터 계속 파랗던 하늘은 용천읍에선 회색빛이었다. 하늘에 아직도 나부끼는 먼지 때문이다.

용천역에서 동쪽으로 200m 떨어진 용천소학교(초등학교)에 이르니 지붕이 완전히 날아가고 유리창이 산산조각난 3층짜리 소학교가 흉물처럼 다가섰다. 교실 담벽은 각종 파편으로 범벅이 됐고 운동장엔 체육시설과 전선들이 이리저리 내팽개쳐진 듯 널려 있었다. 문 앞에 서서 학교 안을 들여다보는 몇몇 어린 학생들은 얼이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고 당시 많은 학생이 하교 중이거나 하교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꽝'하는 폭발음과 함께 총알 같이 날아든 파편이 이들을 덮쳤으며, 3층짜리 교사의 천장까지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많은 이들이 숨졌다. 24일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76명이다.

▶ 24일 촬영된 북한 용천역 열차 폭발 참사현장.

학교 바로 옆의 주택가도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나도록 먼지가 날릴 정도로 완전 파괴돼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 중년 노동자 최일봉씨는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던 중 갑자기 벽력같은 '쾅'소리가 들리며 지붕이 내려앉았다"고 사고 순간을 전했다. 그는 "재빨리 피신해 목숨을 구했지만 가재도구는 몽땅 부서졌다"며 "현재 많은 이재민이 친척집 등에 얹혀살고 있다"고 울먹였다.

용천역에선 창문 유리가 한 장도 보이지 않았다. 문루에 걸려 있던 김일성(金日成) 초상화는 이미 떼어낸 듯 보이지 않았다. 폭발현장 바로 앞에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망연자실 그저 집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혹시 쓸 만한 물건이 남았는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사람들도 보였다. 날벼락을 맞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용천이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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