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바둑은 유리해도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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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준결승>
○·홍성지 6단(한국) ●·구링이 5단(중국)

 제4보(48~63)=한 건 올리면 조심하는 마음이 생긴다. 너무 낙관적이거나 몸이 바짝 굳는 현상이 동반된다. 한 건 당한 쪽은 이를 갈게 된다. 웬만한 위험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복수의 일격을 가할 기회만 치열하게 엿보게 된다(이런 일반적 심리현상을 뛰어넘는 정신을 지녔다면 일세를 풍미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한 건 올린 구링이 5단과 한 건 당한 홍성지 6단의 경우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안으로 기어든 52는 기리(棋理)에는 맞지 않는 수. 그러나 불리한 홍성지는 ‘참고도 1’의 모범적 진행이 본능적으로 싫다. 52는 스스로를 죽이며 뒤를 노리는 자객의 이미지를 띠고 있다.

54로 공격할 때 55가 묘하다. 바둑은 유리해도 걱정이다. 상대는 꿈도 안 꾸는 온갖 걱정에 이처럼 두터움을 찾게 된다. 그러나 56의 ‘현찰’에 비하면 한없이 느린 수. 57~63은 박영훈 9단의 표현에 따르면 “정체불명”이다. 57에 붙일 때는 직접 움직일 생각이었지만 다시 생각하니 난전이 걱정스러워 59로 꼬리를 내렸다. 순간 60으로 잡혀 실리를 크게 밑졌다. ‘참고도 2’처럼 평범하게 둘 자리였다. 흑이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백이 바짝 따라붙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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