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테니스 개막 … 나달의 금빛 환호, 뉴욕서도 울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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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새 테니스 황제’ 라파엘 나달(22·스페인)이 2008 베이징 올림픽 테니스 남자단식 우승의 여세를 US오픈으로 이어간다.

나달은 26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 진 킹 내셔널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US오픈 남자단식 1회전에서 비외른 파우(독일·136위)를 3-0으로 꺾고 2회전에 진출했다. 나달은 파우의 정확한 서브와 위닝샷 때문에 초반에 다소 고전했으나 타이브레이크 끝에 1, 3세트를 따내며 승리했다.

나달과 ‘옛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2위)에게 이번 대회의 의미는 각별하다. 나달은 페더러의 은퇴 전까지는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세계 1위에 지난주 등극했다. 하지만 아직 하드코트에서의 메이저 타이틀은 없다. 이번이 모처럼의 기회다. 1위 자리에서 237주 만에 물러난 페더러에게도 이번 대회는 올 시즌 마지막 명예회복의 기회다.

◇나달 ‘내친김에 하드까지’=나달은 지난해까지 메이저 타이틀은 프랑스오픈밖에 없었다. 그래서 ‘클레이의 제왕’으로 불렸다. 그랬던 그가 올 시즌 잔디코트인 윔블던에서 우승했고, 하드코트에서 열린 올림픽마저 제패했다. 진정한 ‘황제’가 되려면 하드코트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이나 호주오픈 타이틀이 필요한데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

클레이코트는 공이 바운드 된 뒤 속도가 죽는다. 반면 하드나 잔디코트에서는 공이 빨라진다. 베이스라이너 스타일의 나달로서는 서브앤드발리 스타일 선수들에게 맞는 하드나 잔디코트 경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올 시즌 윔블던에서 우승, 이런 약점을 많이 극복한 모습이었다. 이번 US오픈에서 우승한다면 내년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까지 제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커리어 그랜드슬램(생애 동안 4대 메이저 석권)’은 물론 시즌 ‘그랜드슬램’까지 가능하다.

페더러는 12회나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 14회 메이저 정상에 섰던 피트 샘프러스(미국)에 이어 역대 2위다. 하지만 프랑스오픈 정상 직전에 번번이 나달에게 막혀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페더러 ‘마지막 타이틀만은’=페더러는 올 시즌 호주오픈 준결승에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에게 무너졌다.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에서는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연거푸 나달에게 무릎을 꿇었다. US오픈을 놓친다면 페더러는 한 개의 메이저 타이틀도 따지 못한 시즌을 보내게 된다. 2003년 윔블던 우승 이래 처음이다. 페더러는 US오픈 4년 연속 우승자다. 이번에 5연패를 달성한다면 2주 만에 나달에게 내준 1위 자리도 돌려받는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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