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한국만 너무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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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또 급등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5원 오른 1089.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4거래일 동안 40.1원 치솟으면서 2004년 11월 이후 3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환당국은 전날에 이어 달러를 내다팔며 환율 상승을 저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환율 상승세는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것이다. 올 들어 25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15.3%가 올랐다. 이는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20개국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태국 바트(13.4%), 뉴질랜드 달러(8.5%), 영국 파운드(7.2%), 호주 달러(6.8%)도 비교적 많이 올랐지만 원-달러 상승률엔 미치지 못했다. 일본 엔, 유럽연합 유로 등은 환율이 하락했다.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홍승모 차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도, 수입업체의 달러 결제 수요 증가, 중국 증시 하락에 따른 해외 펀드의 달러 매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례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이 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여건이 해소될 조짐이 없어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 금액은 242억 달러로 대만(76억 달러), 인도(67억 달러) 등 아시아 신흥국가 중 가장 많았다. 주식을 팔아 생긴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외국인들이 많다 보니 환율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달러 가치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수입업체는 결제를 위한 달러를 미리 확보하려 하고, 수출업체는 벌어들인 달러를 가급적 늦게 원화로 환전하려고 하면서 달러 수요가 크게 는 것도 환율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또 해외 증시에 투자한 자산운용사가 과도하게 설정한 환 헤지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달러를 대거 사들인 것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위원은 “외환시장을 둘러싼 악재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길 기대하긴 어렵다”며 “정부와 기업이 환율 상승에 대비한 전략을 짜야만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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