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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께 결혼 … 예쁜 사랑 하게 도와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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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5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베이징올림픽 한국선수단의 기자회견장에 박성현(左)-박경모(右) 커플이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예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세요.”

결혼할 사이로 밝혀진 베이징 올림픽 양궁 남녀 단체 금메달리스트 박경모(32·인천 계양구청)와 박성현(25·전북도청)은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이들은 25일 베이징올림픽 선수단 귀국 기자회견이 열린 인천공항 비즈니스센터에 나란히 자리했다. 곧 결혼할 것으로 보도된 직후라 그런지 두 선수 모두 조심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오늘 아침에 기사가 난 걸 봤다. 교제하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말했다.

이들은 연말에 백년 가약을 맺을 예정이다. 박경모는 이미 지난 주말 교제 사실을 대표팀 동료에게 밝힌 데 이어 양궁협회 관계자들에게도 알렸다. 박경모는 이 자리에서 “성현이와 12월경 결혼한다. 6월 초 돌아가신 아버지에게도 생전에 이미 소개해드렸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거원 양궁협회전무는 “예전부터 둘이 사귄다는 얘기가 있었다”라며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단 분위기를 해칠까 걱정했는데 지금은 잘 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경모는 연말께 결혼할 예정이라는 내용에 대해서는 “양가 부모님을 뵙고 이야기해 봐야 한다”며 “경기 일정도 확인한 뒤 구체적인 결혼 날짜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혼에 따르는 여러 가지 억측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는 “이왕에 알려진 이상 예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 달라”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둘의 관계가 급속히 발전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로 알려졌다. 림프선 종양으로 고생하는 아버지를 간호하는 박경모를 박성현이 곁에서 지켜주며 사랑의 감정을 키워갔다고 한다. 둘은 2000년 초반부터 국가대표 생활을 하며 태릉선수촌에서 함께 땀을 흘렸고 세계대회에도 같이 출전하는 등 동고동락하며 남몰래 사랑을 키워갔다. 그리고 마침내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결혼을 결심한 두 사람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결혼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두 사람이 사귄다는 사실이 행여나 대표팀 분위기에 악영향이나 주지 않을까 염려해서였다.

박경모와 박성현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나란히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개인전 은메달을 따냈다. 2004아테네올림픽 개인·단체전을 석권했던 박성현은 올림픽에서만 금 3, 은 1개를 건져 올렸다. 박경모는 아테네 단체전 우승까지 합쳐 금메달 2개를 따냈다. 이 커플이 따낸 올림픽 금메달은 5개나 된다. 대한체육회 포상금(각 7500만원)과 양궁협회 포상금 등을 합친 4억여원은 든든한 살림밑천이 될 수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부부의 탄생은 이번이 두 번째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김재엽은 동성동본인 김경순(핸드볼 금메달)과 결혼했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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