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피아노 연주신청 러시-동경대공습때 소실 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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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도쿄(東京)의 초현대식 거리인 에비스(惠比壽)가든 플레이스에있는 맥주기념관.이곳에는 「행운의 피아노」를 치기 위해 아마추어.프로 할 것없이 피아니스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 그랜드피아노는 192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만든 「스타인웨이」.무게가 3백㎏이나 되는 이 피아노는 45년3월 도쿄대공습으로 불바다가 된 긴자(銀座)의 「대일본맥주」본사건물 안에서운좋게 소실(燒失)을 면했다.삿포로맥주와 아사히 맥주의 전신인대일본맥주는 34년 이 피아노를 본사사옥 완공기념으로 들여놓았다.기적적으로 도쿄대공습의 화를 면한 이 피아노는 일본 패전이후 미군들이 파티때 사용해오다 대일본맥주가 삿포로맥주와 아사히맥주로 분리된 49년 삿포로맥주 자 산이 됐다.그러나 그후 47년간 아무도 찾아주지 않은 채 긴자 비어홀강당에서 외롭게 먼지만 마셔왔다.
사람들이 이 고독한(?)피아노에 다시 눈길을 돌린 것은 지난94년.삿포로맥주가 본사를 에비스로 옮길 때 사원들 사이에서『도쿄대공습에서도 살아남은 「행운의 피아노」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소리가 나왔다.삿포로맥주측은 지난해 여름부 터 2백만엔(약 1천5백만원)을 들여 조율.음반수리.외장수리등을 해 피아노를 고쳤다.이 피아노를 에비스 맥주기념관으로 옮긴 삿포로맥주는당초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을 초청해 연주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행운」을 모두에게 나눠주기 위해 자 유연주회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지금까지 유치원생에서부터 80대 노인까지 전국에서 3백여명의 연주자가 「행운의 피아노」를 만나기 위해 찾아왔다.맥주기념관의 다케우치 하루히코(竹內治彦)관장은『피아노 한대에 이처럼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을 보니 역시 「행운의 피아노 」』라고 말한다.
도쿄=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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