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식의 동물 이야기]일본이 멸종시킨 독도강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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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 35면

일본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의 열기 속에서도 독도에 대한 일본의 도발과 우리의 대응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분명히 우리의 영토다. 하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주장을 내세우며 물고 늘어지려 한다. 독도 주변의 풍부한 생물자원과 해저에 묻혀 있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 자원 때문이다.

독도와 인근 해양에는 많은 생물종이 살고 있다. 환경부에서 2005년 4월부터 10개월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인 매, 2급인 솔개·물수리·흑두루미, 1만여 마리가 관찰된 괭이갈매기 등 조류 107종과 식물 49종, 곤충 93종 등 249종의 동식물이 확인되었다. 국립수산과학원 심해연구센터에서 2006년부터 2년간 여덟 차례에 걸쳐 독도 주변의 해양을 조사한 바 236종의 해양생물이 관찰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독도강치가 발견되었다는 보고는 없다. 사실 자취를 감춘 지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고 최근에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도 멸종된 것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이러한 독도강치 멸종의 중요한 원인이 바로 일본인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은 전문가에게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강치는 우리가 흔히 물개라 부르는 바다사자이고, 독도강치는 독도 인근과 동해에 서식했던 종으로 캘리포니아 바다사자 3개 아종 중 하나다. 바다사자는 물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새끼를 양육하거나 휴식과 수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육상으로 올라와야 하기에 해안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다나 섬 주변에서 많이 서식하게 된다. 또한 그들의 먹이는 오징어류를 비롯한 다양한 어류다.

그래서 어종이 풍부한 독도는 바자사자가 서식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 많던 독도강치는 1905년부터 8년간 일본의 어업회사가 고기와 기름을 얻을 목적으로 1만4000여 마리를 집중 포획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간혹 눈에 띄던 것도 1960년대 이후 동해에서는 자취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멸종의 원인으로는 남획과 밀렵으로 인한 개체 수 감소, 산지 및 농경지 개발, 도시화·산업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 지구온난화와 공해 등으로 인한 생태계 변화, 그리고 질병 등을 들 수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급격한 개체 수 감소는 멸종의 지름길이다. 일본은 육상에서 한국호랑이를 무분별하게 포획함으로써 우리 땅에서 멸종을 가져왔듯 해상에서도 독도강치를 무자비하게 포획함으로써 멸종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2년 전 환경부에서는 독도강치를 복원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바다사자를 독도에 복원하는 것은 상징성뿐만 아니라 생태계 적합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동물원에서는 바다사자를 사육하고 있고 번식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개체 수를 증식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 다만 멸종된 종을 대신할 종으로 타 아종을 선택할 것이냐 하는 것과 생물상의 세밀한 조사 분석, 구체적 실행계획은 좀 더 연구해야 할 사항이다.

이렇듯 생물상의 조사와 연구, 멸종된 생물종의 복원 등은 생태계 보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그 결과는 국가의 고유 재산이 된다. 단편적이거나 단기적으로 수행할 것이 아니라 종합적·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문제다. 그간 독도를 둘러싼 논란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우리가 한시적으로 대응해 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동북아역사재단은 독도연구소 개소식을 했다. 독도 관련 연구기관의 연구 업무를 총괄하여 독도 문제에 대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응 전략과 정책 개발을 한다고 한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혹시 결과물이 역사적이나 국제법 등 인문사회적 관점에 치우친다면 저들도 대응논리를 어렵지 않게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독도의 생물상을 포함한 자연과학 각 분야의 다양하고 심도 있는 조사 연구는 그 자체가 어느 대책보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이며 생명력 있는 대응전략으로 강력한 정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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