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12개 주가 두 후보의 운명 결정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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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 22면

매케인의 에너지정책을 비판하는 민주당 광고

백악관의 주인 자리를 향한 존 매케인과 버락 오바마의 경쟁이 초박빙 격전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주 오바마는 6월 말 민주당 대선 후보 티켓을 거머쥔 이래 처음으로 매케인에게 추월당했다. 20일 조그비-로이터 여론조사에서 매케인(46%)에게 5%포인트를 뒤진 것이다. 실제 대선을 결정짓는 주별(州別) 지지율에 따른 선거인수 경쟁에서도 오바마는 절대 우위를 내주며 매케인과 사실상 동률이 됐다.

관전 포인트<1> -경합 주(Swing States)

미 대선은 50개 주마다 승리한 후보가 주별로 할당된 선거인단을 독식한다. 50개 주와 워싱턴DC(선거인단 3명)에 할당된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수(270명)를 확보하면 제44대 대통령이 된다. 미국 정치 통계 전문 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선거인 잠정 집계는 지난달까지 238명을 확보한 오바마가 163명을 확보한 매케인에게 75명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일 현재 오바마가 확보한 선거인수는 274명으로 매케인(264명)에게 불과 10명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피터 브라운 미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연구소 부소장은 “6주 전만 해도 오바마가 매케인을 얼마나 큰 차이로 이기느냐가 초점이었지만 이젠 둘 중 누가 이길 것이냐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경쟁은 버지니아(13명), 인디애나(11명), 플로리다(27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오하이오(20명), 미시간(17명), 미네소타(10명) 등 오차범위 내 접전이 이어지고 있는 12개 경합 주(Swing States)에서 가장 치열하다.

오바마는 캘리포니아(55명)·뉴욕(31명) 등 해안지대 대형 주에서 15%포인트 이상 매케인을 앞서고 있다. 매케인은 텍사스(34명)·앨라배마(9명) 등 남부 지역에서 10% 포인트 이상 오바마를 눌렀다. 그러나 누구도 270명의 선거인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12개 경합 주(선거인단 147명)의 표심에 따라 11월 대선 결과가 좌우된다. 두 후보의 확보 선거인수 격차가 10명에 불과한 만큼 12개 주 중 선거인단이 10명을 넘는 주가 하나라도 매케인에게 돌아가면 결과는 뒤집힌다.

이들 경합 주는 대략 세 가지 군으로 분류된다. 우선 미시간(17명), 오하이오(20명), 인디애나(11명), 미네소타(10명), 뉴햄프셔(4명) 등 북부 산업벨트다. 오하이오와 인디애나를 빼면 대부분 민주당을 지지해 온 지역이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데다 오바마의 경선 라이벌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지지자가 많아 오바마 측으로선 안심하기 힘들다. 실제로 매케인은 오하이오·뉴햄프셔에서 오바마를 앞서거나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미네소타에서도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매케인이 오하이오나 미시간 중 한 곳만 잡아도 오바마는 패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버지니아(13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미주리(11명), 플로리다(27명) 등 남부 4개 주다. 남부는 68년 이래 공화당의 아성이다. 하지만 버지니아는 워싱턴DC와 인접한 북부 지역에서 민주당 성향의 젊은 층이 크게 늘면서 오바마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됐다. 흑인 인구가 계속 늘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공화당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도시·농촌 지역의 배분이나 인구 구성 면에서 미국의 축소판과 같은 미주리와 쿠바계 히스패닉, 중장년 백인층 등 인종 구성이 복잡한 플로리다 역시 오마바의 구애가 집요한 곳이다. 그러나 남부의 뿌리 깊은 공화당 지지세를 감안할 때 민주당의 노력이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마지막으로 콜로라도(9명), 뉴멕시코(5명), 네바다(5명) 등 중서부 산악지대의 3개 주가 있다. 공화당 성향의 지역이지만 히스패닉 인구가 급증하면서 친이민 정책을 펴온 민주당에 우호적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그러나 이민정책에 관한 한 민주당과 차이가 없는 입장을 보여온 매케인의 기세도 만만치 않아 콜로라도에선 박빙의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경합 주의 표심을 결정할 변수는 여러 가지다. 첫째, 인종·연령 변수다. 무엇보다 백인 유권자의 결집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미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결집한 흑인층에 힘입어 고공행진을 구가해 온 오바마의 지지율이 최근 잠식된 건 대선을 두 달 남짓 앞두고 백인의 결집이 개시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듯 오하이오·미시간·미네소타 등 백인 중산층·노동자 비율이 높은 북부벨트에서 오바마가 6~9%포인트나 앞서다 이달 들어 우세 폭이 1~5%포인트로 좁혀졌다. 18∼29세에 이르는 젊은 층과 흑인·히스패닉의 투표 참여율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북부 산업벨트에선 진보 성향의 젊은이, 남부에선 흑인, 중서부 산간 벨트에선 히스패닉계가 많이 투표할수록 오바마가 유리하고 그 반대라면 매케인이 유리하다.

둘째, 네거티브 광고 변수다.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는 “케리가 베트남전 무공을 과장했다”는 공화당 지지단체의 네거티브 광고에 대응을 기피하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결국 패배했다. 이번에도 공화당 진영은 7∼8월 내내 오바마의 에너지 정책이나 말 바꾸기를 물고늘어지는 네거티브 광고를 퍼부었다. 오바마는 무대응으로 일관해 오다 지지율 하락이 계속되자 지난주부터 매케인 비난 광고전을 개시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대선전을 진흙탕 싸움으로 만든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네거티브 전략은 두 후보에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라며 “이번 대선도 누가 네거티브 광고의 기선을 잡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셋째, 경제·안보 변수다. 대선 투표일 직전 주가 폭락 등 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사건이 터질 경우 공화당 정권의 경제 실정을 공격해온 오바마가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크다. 반면 테러나 전쟁 등이 발생하면 ‘안보 대통령’을 자임해 온 매케인이 유리해진다. 이미 매케인은 그루지야 사태가 터지자 발 빠르게 러시아를 비난하고 철군을 요구하며 강골(hardball) 이미지를 확인시켜 점수를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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