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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방사선과 GMO에 대한 편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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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방사선을 쬐어 살균한 시금치·상추의 판매를 승인했다. 방사선 조사 요법은 병원균을 죽이고 식품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FDA의 이번 조치는 미국에서 덜 익힌 시금치와 상추를 먹고 O-157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에 감염되는 환자가 급증한 때문이다. 미 질병예방통제센터는 매년 7600여만 건의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고 O-157 감염 환자의 16%가 신부전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방사선 조사 요법은 환경단체와 소비자단체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었다. 방사선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육류와 해산물에는 방사선 조사를 허용한 FDA도 지금까지 녹색 채소에는 난색을 표해 왔다. FDA는 “방사선 조사로 인한 부작용은 보고된 바 없다”며 “소비자들이 안심해도 좋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화학 처리와 달리 방사선 처리는 유해물질이 남지 않는 안전한 요법으로 분류하고 있다.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것이다.

유전자 변형(GMO) 식품도 마찬가지다. GMO 농산물은 질병에 강하고 소출량이 많은 게 장점이다. 녹색혁명의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볼로그 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현재 지구 면적에 유기질 비료와 유기농법만 사용하면 40억 명밖에 먹여살릴 수 없다. 나머지 25억 명은 죽으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한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GMO 식품을 장기간 섭취할 경우 무해하다는 점이 분명하게 검증된 바 없고, 생태계 교란 등 환경재앙을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방사선 조사 요법이나 GMO 식품에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방사선 조사를 방사능 오염과 혼동하거나 GMO 식품을 ‘프랑켄슈타인 식품’으로 기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 일부 업체는 포장지에 GMO나 방사선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을 자랑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타당치 않은 편견을 역이용하는 상술이다. 물론 최종 선택은 소비자에게 맡겨야 한다. 하지만 오해와 편견이 불신을 낳고, 쓸데없는 공포까지 부채질하는 것은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