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아이디어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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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의원을 위해
23일 오후 국회에서 시각장애인인 정화원(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선자를 위한 점자설비 시연회가 열렸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두현 대외협력실장(右)이 점자기를 설명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열린우리당이 연일 국회 개혁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17대 국회 등원 준비기구인 '일하는 국회 준비위원회'를 통해서다. 여름.연말 휴가를 제외한 국회 상시 개원, 의원들이 2개의 상임위에 동시에 참여하는 복수 상임위제 등이 주요 골자다.

준비위는 지난 22일 첫 상견례를 한 데 이어 23일에는 국회개혁추진단.남북국회회담추진단 등 분과별 회의를 열었다. 국회 개혁에 관해서는 ▶국회 상임위.특위의 기능 조정▶국회의원 특권 남용 방지▶국회 사무처 전문성 제고 등이 검토됐다.

이해찬 국회개혁추진단장은 "향후 국회 차원의 의원평가를 실시하고, 국회 윤리위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국회회담추진단에선 "먼저 충분한 '남남(南南)대화'를 통해 국론을 모아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문제는 의욕이 앞서다 보니 내부 조율조차 거치지 않은 이야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는 점이다. ▶국회 사무처 인력.예산 전면 조정▶국회의원 정책개발비 최고 1억원 상향 조정 등이 그렇다. 이에 대해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는 "개인 아이디어 차원의 이야기가 마치 확정된 것처럼 나오고 있다"며 "현실성과 필요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총선 기간에 국회 개혁과 관련한 준(準) 공약으로 발표했던 내용에 문제가 많다"는 말도 나온다. 개헌이 필요한 '감사원의 국회 이관' 문제와 정권에 부담이 될 소지가 큰 '국가정보원장.금감위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의 인사청문회 대상 포함' 등이 그렇다.

한나라당 정의화 원내총무대행은 "대부분이 원(院)구성 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국민에게 우선 달콤한 얘기를 불쑥 던지는 게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의 자세냐"고 비판했다.

◇'전통 파괴' 나선 민노당=민주노동당의 국회 개혁 방향은 '전통 파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노당은 23일 총선 당선자 간담회에서 추첨을 통해 의원회관 사무실을 배정토록 추진키로 했다.

다선.중진 의원들이 더 좋은 방을 써오던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의원들의 이름은 명패는 물론 모든 공문서에 한글로 적기로 했다.

민노당은 또 의원 보좌인력을 전원 공개 채용키로 했다. 전통적으로 제2 야당에 돌아가던 국회 부의장 1석도 공개 요구할 방침이다. 김종철 대변인은 "당선자가 모두 초선이라 국회 운영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대부분 수천명이 참석하는 집회.회의를 주도한 분이라 별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정강현 기자<odinelec@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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