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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주력상품 동요가 염려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반도체3사가 정부와의 간담회에서 올해 반도체수출목표를 57억달러나 하향조정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오랫동안 경제가 이상할 정도로 괜찮다는 느낌을 우리는 가져왔다.그러나 이제 낙관의 시대가 가고 허리띠를 졸라맬 때가 오고 있는 것 같 다.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던 반도체를 위시해 철강.자동차.석유화학 등 주력업종이 일제히 하강세로 돌아서 수출감소로 나타나고 있다.이들 업종에 대한 수요감소와 겹쳐 국제시세마저 떨어져 이중으로 곤란이 예상된다.
이에 반해 우리 수입의 대종을 이루는 원자재가격은 대부분 강세다.곡물가격과 각종 부품가격은 연초부터 강세가 지속되고 있어이 추세대로라면 당초 예상보다 많은 90억달러 수준의 무역수지적자가 예상된다.무역수지적자의 확대를 단기적으로 메우는 것이 자본수지의 흑자, 즉 외국자본의 유입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정부가 나서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는 어렵다.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만한 수단도 없다.우리 주력상품의 제조기업은 이미 국제화된 기업이고 스스로 이난관을 뚫고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이들 기업이 제대로경쟁을 하게끔 발목을 잡지 말라는 것이다.
반도체의 경우 아직 설비가 완공되지 않았지만 곧 대만기업과 생사를 건 싸움을 해야 한다.그런데도 용지문제 하나도 해결해주지 못 하는 게 우리 정부다.경쟁을 위해서는 생산비를 낮추고 생산수율(收率),즉 효율성을 늘려야 한다.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들 기업이 국내에서 물건을 만들어도 경쟁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이들 기업의 해외투자 를 통한 설비이전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주력상품의 해외경기는 주기가 있게 마련이고,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주어진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적응노력을 할 뿐이다.지금이라도 주력업종의 현 상황을 직시하고,기업은 기업대로,정부는정부대로 역경에 대비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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